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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l 19. 2020

민성이의 첫 외박

휴직 80일째, 민성이 D+329

'헤헤. 민성이 셀카 찍었떠염' / 2020.07.18. (옛) 우리 집


어제(18일) 아내와 나는 군산에 내려갈 준비로 바빴다(군산의 민성이). 서울에서의 마지막 날, 우리는 더 이상 짐 정리를 미룰 수 없었다. 안 쓰는 물건은 버리고, 꼭 필요한 물건들만 골라 차에 실었다.


꼭 필요한 물건들만 챙긴다고 했지만, 모아놓고 보니 한가득이었다. 우리의 작은 차에 민성이 짐을 싣는 건, 테트리스를 하는 것과 같았다. 어찌어찌 짐은 다 실었는데, 과연 차가 앞으로 나갈 수 있을까, 그게 걱정이었다. 


트렁크 앞에서 짐을 욱여넣고 있는데,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최근 집을 보고 간 분들이 집을 사고 싶어 한다는 거였다. 이렇게 갑자기, 그것도 정확히 집을 비우는 날, 103호와 이별하는 순간이 찾아왔다(안녕, 103호).


서랍 구석에서 인감을 꺼내 들고 부동산으로 향했다. 이 집을 살 때 쓰고 그대로 넣어뒀으니, 4년 반만이다. 집에서 부동산까지 걸어가는 10여분 동안, 그 4년 반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새 집주인은 4살 딸아이의 아버지였다. 우리는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좋은 분위기 속에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렇게 103호는 공식적으로 우리 집이 아닌, 남의 집이 되었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는 민성이를 한 손에 안고, 남은 짐 정리를 하고 있었다. 부랴부랴 민성이를 씻기고, 분유를 먹인 뒤, 잠시 침대에 눕혔다. 마지막 짐을 차에 싣고 왔더니, 민성이는 토끼를 끌어안고 잠들어있었다.


저녁 7시가 조금 넘어 출발했다. 민성이는 차에 오르자마자 잠에서 깼다. 그리고는 다시 잠들지 못했다. 힘들어하는 아이가 안쓰러워,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렸다. 우리는 9시 반쯤 군산에 도착했다.


짐을 부모님 집에 올려놓고 나니, 몸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 아내는 씻지도 못하고 곯아떨어졌다. 샤워를 하고 방에 들어오니, 민성이가 잠든 엄마 옆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밤 11시에.  


어제는 민성이의 첫 외박이었다. 달라진 환경에, 당분간 민성이도 힘들 것이다. 우리는 일주일간 군산 부모님 집에 머물다, 다음 주에 정식으로 이사를 한다. 거듭된 외박에 민성이가 덜 힘들도록, 세심히 잘 살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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