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81일째, 민성이 D+330
군산에서의 첫날밤, 그러니까 그제(18일) 민성이가 몇 시에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밤 11시쯤, 어두운 방 안에서 아이가 서랍장을 뒤지며 놀고 있었던 것까지만 기억이 난다.
자기는 분명 늦게 잤는데, 일어나기는 비슷하게 일어났다. 우리 아들에게 상도의 같은 건 없었다. 자고 일어나서도 민성이는 전혀 낯설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 집에서 탐색전을 펼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른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다. 단 하루였지만, 확실하게 느꼈다. 부모님은 꽤 오래전부터 손자 맞을 준비를 했다. 모난 가구에 안전장치를 붙이고, 물건도 한쪽으로 몰았다. 그런데도 그랬다.
일단 민성이가 만지면 안 되는 물건이 집에 너무 많았다. 그 말인즉, 아이를 보는 사람이 계속 아이를 따라다녀야 했단 얘기다. 준비를 했다 해도 원래 애가 없었던 집이다. 우리 집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깨어있을 때 피곤함 못지않게, 재우는 것도 일이었다. 민성이의 애착 인형과 쪽쪽이가 있으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너무 안일했다. 평소와 다른 방에서, 아이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군산에 내려올 때, 민성이 침대로 쓰이는 매트는 차마 들고 올 수 없었다. 아이를 가둬두는(?) 매트가 없으니 민성이는 쉽게 잠자리에서 벗어났고, 이것저것 만지느라 통 잘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육아휴직을 하고 두 달여간 - 물론 시행착오를 거치긴 했지만 - 나름 안정적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자신감에 취해있었던 내게, 어제의 일은 꽤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 정녕 자신이 아니라 자만이었던 건가.
민성이가 잠드는 모습을 홈카메라로 지켜보며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던 때가 분명 있었다. 나의 편안했던 육아가 정녕 매트나 홈카메라 같은 '육아 템빨'이었을까, 그래서 그것들이 없으니 바로 밑천이 드러났나 싶었다.
우리는 주말에 이사를 한다. 민성이는 그때까지 시댁 - 정확히는 아내의 시댁이고, 나의 친정이지만(사실 남자는 친정이란 말도 쓰지 않는다) - 에서 일주일 동안 지내야 한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