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82일째, 민성이 D+331
우리 부부가 군산 이사에 정신이 팔린 사이, 민성이는 생후 12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이제 한 달이면 돌이다. 지난 30일,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민성이가 첫걸음을 내디딘 순간이다.
6월의 마지막 날, 민성이는 거실 쓰레기통을 잡고 걸음마를 했다(민성이의 남다른 첫걸음). 그가 엉덩이를 실룩대며 한 걸음씩 내딛는 영상은, 내가 갖고 있는 것 중에 가히 톱이다.
걸음마로 시작해, 11개월 민성이의 신체 활동은 눈에 띄게 늘었다. 이제 소파에 제 힘으로 오를 수 있게 된 아이는 토할 때까지 그곳을 오르내리며 놀곤 했다(스포츠맨의 탄생).
민성이는 다리뿐만이 아니라 손도 잘 쓸 수 있게 됐다(손으로 말해요). 아이는 음악에 맞춰 손을 위아래로 흔들거나, 옆으로 흔들며 손인사를 했다. 엄마 아빠나 할아버지, 할머니, 지나가는 누나들한테도 매일같이 그랬다.
건강하게 자라준 민성이지만, 가끔 가래 끓는 소리를 내 병원에 다녀오기도 했다(소아과 원장님은 한숨을 쉬었다). 그날 원장님은 한숨을 쉬었지만, 다행히 민성이는 다시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좋아졌다.
아이가 먹고 자는 데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11개월부터 이유식 후기, 진밥을 먹이기 시작했다(어른처럼 먹고 자기). 처음엔 이 8개로 씹기 힘들어하더니, 지금은 진밥인지 죽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폭풍 흡입한다.
낮잠이건 밤잠이건, 민성이는 혼자 자는 데엔 완전히 익숙해진 듯하다. 아이 방의 홈카메라로 분리수면의 마지막 퍼즐까지 채우고 나니, 우리 부부의 몸과 마음까지도 편해졌다(어서 와, 스마트 육아는 처음이지?).
혼자 놀 때는 서랍에서 책을 (모조리) 꺼내, 책을 뒤적이며 노는 시간이 부쩍 늘었고(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 뚜껑이란 뚜껑, 서랍이란 서랍은 다 열고 다니기 시작했다(육아에 더 나은 내일은 없다).
민성이는 별 투정 없이 잘 성장해주고 있는데, 성장통은 정작 36살짜리 아빠가 앓았다(아빠의 성장통). 하지만, 성장통뿐만 아니라, 내게는 없는 줄 알았던 부성애도 (조금은) 느낄 수 있게 됐다(부성애 vs. 모성애).
아내의 지역 발령으로, 민성이의 12개월 정산은 군산에서 하게 됐다(군산의 민성이). 환경이 달라졌고, 부양육자도 둘이 늘었다. 돌을 앞둔 민성이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벌써 한 달 뒤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