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58일째, 민성이 D+307
이번 주에 민성이가 '글글'거리는, 그러니까 가래 끓는 소리를 냈다. 자주는 아니고 가끔 그랬다. 혹시 해서 아내에게 얘기를 했더니, 모세기관지염일 수도 있다며 병원에 데리고 가자고 했다.
토요일에 아내와 같이 가려고 집 앞 소아과에 예약 전화를 걸었다. 민성이가 몇 차례 접종을 했던 곳이다. 여간호사에게 아이가 가래 끓는 소리를 낸다고 하니, 전혀 예상 못했단 답변이 돌아왔다.
그녀는 증상이 얼마나 됐느냐고 물었고, 나는 일주일 정도 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왜 이제야 전화를 걸었냐는 듯 몰아세우더니(나는 그렇게 느꼈다), 선별 진료소에 가보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망치로 머리를 두들겨 맞은 것 같다는 표현을 쓰게 될 줄 몰랐지만, 진짜로 그랬다. 당황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시국이 시국이니 병원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사실 내 아들이 코로나가 아니라는 법도 없었다. 병원을 탓할 순 없었다. 전화를 끊고 분을 삭이고 있는데, 회사에 있는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빠, 병원에서 지금 민성이 데리고 오래. 원장이 그러라고 했다던데?"
병원에 들어서니, 간호사는 다소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지금 상황이 이래서… 아버님도 이해해주셔야 해요"라고 했다. 안 괜찮은 목소리로 괜찮다고 했다. 민성이는 (당연히) 열이 없었고, 우리는 진료실로 들어갔다.
소아과 원장님은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아이가 가래 끓는 소리를 얼마나 자주 내냐, 점점 심해지냐, 정확히 어떤 소리냐 등, 질문은 생각 이상으로 구체적이었지만, 대답은 생각 이상으로 추상적이었다.
대답이 끝날 때마다 원장님의 한숨이 들리는 듯했다. 등에서 땀이 났다. 아, 이런 느낌 일찍이 경험해본 적이 있다. 회사에서 기사를 쓰고 부장 앞에 섰을 때다. 열은 민성이가 아니라 내가 재야 할 듯했다.
압권은 잘 때도 아이가 소리를 내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민성이가 잘 때 어떤 소리를 내는지 알지 못한다. 브런치에서 누차 자랑했듯이 난 아이를 혼자 재우기 때문이다. (어서 와, 스마트 육아는 처음이지?)
한순간에 난 아이를 코로나 걸리게 한 아빠, 아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아빠가 되었다. 그동안 쌓아온, 아이를 그래도 잘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흔들렸다. 오늘 또 소아과에 간다. 마음을 더 단단히 먹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