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57일째, 민성이 D+306
어제(25일)는 아내가 하루 휴가를 냈다. 오후엔 아내의 직장 동료가 민성이 또래 아이를 데리고 집에 놀러 오기로 했다. 그 말인즉슨, 내 자유시간이 생겼다는 얘기다.
아내가 오전 운전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부리나케 집을 나섰다. 차를 몰고 근처 찜질방으로 향했다. 평일 이 시간엔 갈 데가 마땅치 않다. 혼자 밥을 먹고, 드라마를 보다, 목욕을 했다. 별 건 아니었지만, 즐거웠다.
집에 돌아왔을 땐 아내와 민성이만 있었다. 6시간 만에 본 민성이는 옹알이가 부쩍 늘어있었다. 아내의 말이, 친구와 놀더니 자극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아내 동료의 아들은 민성이보다 두 달이 늦다.
꼭 친구 때문이 아니라도, 요즘 민성이가 내는 소리는 참으로 다양해졌다. 점점 말에 가깝게 들린다고 해야 하나. 내가 쓰는 말이 아니라 옮겨 적진 못하겠지만, 그중엔 '엄마마마마'나 '아빠빠빠빠'로 들리는 말도 있다.
사실 '아빠'로 추정되는 말을 한 지는 꽤 됐다. 정확히는 '아빠빠빠빠'이고, 사실 '아'자도 입을 그냥 벌리면서 나는 소리였을 테니, 그냥 '빠빠빠빠'라고 하는 게 맞겠다.
나랑 있을 때 내는 소리였지만, 나를 보며 내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도 그렇게 호들갑을 떨진 않았다. 육아일기에선 거의 일주일치 글감이지만,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도 않았다.
아기 발달 육아서에서 민성이 또래에겐 언어 표현력보다 이해력이 더 중요하다는 내용을 읽었다. 말이 서툴러도, 알아들으면 된단 얘기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많은 엄마 아빠들은 아이의 언어 표현력에 더 신경을 쓴다.
나도 휴직 초기, 아이에게 아빠란 말을 듣고 싶어 '민성아 아빠라고 해봐, 아빠'를 입에 달고 살았다. 하루 종일 민성이를 보는데, 애한테 아빠란 소리라도 들어야(특히 '엄마'란 소리보다 많이) 보상이 될 것 같았다.
아이가 '아빠'라고 말한 감동적인 순간으로 기록하기엔 조금 이른 것 같다. 난 아빠지, '아빠빠빠빠'는 아니지 않나. 아이가 내 눈을 보고, 날 향해 손을 뻗으며 아빠라고 말할 때, 그때 브런치를 올려야겠다. 일주일 동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