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55일째, 민성이 D+304
난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를 빼면, 산책이 유일한 외출이다. 그래서 매일 오후 4시, 민성이와 산책에 나설 땐 늘 기분이 좋다. 집 안에선 줄곧 답답하다가도, 바람을 쐬면 가슴이 트이곤 한다. 지난주까지는 그랬다.
어제(23일)는 그래도 덜 했지만, 그제(22일)는 더워도 너무 더웠다. 민성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집 밖을 나서는데, 뜨거운 공기에 숨이 턱 막혔다. 산책을 하는 내내 눈이 따가웠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민성이도 힘들어 보였다. 조그만 팬이 달린 시트로는 역부족이었다. 더위를 타는 것도 날 닮은 건가. 집에 돌아오는 길엔 뽀얀 아이의 볼살이 벌겋게 익어있었다. 나의 유일한 외출을 이 몹쓸 계절이 빼앗으려 하고 있다.
더 절망적인 건 더위를 피하려 실내로 향하자니, 그곳엔 코로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겨울에 시작했던 이 몹쓸 질병은 결국 지금까지 살아남아, 우리 모두를 괴롭히고 있다.
휴직 전, 회사에서 연일 코로나 특보를 이어갈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몰랐다. 지난 주말, 대학 친구 하나는 코로나를 피해 두 달 미룬 결혼식을 치렀다. 그의 기대가 어떻게 무너졌는지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모두가 피해자지만, 육아직에 종사 중인 나도 꽤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아이와 산책할 곳이 인근 아파트 단지만 있진 않았을 것이다. 이때쯤 많이 간다는 '문센'에도 갈 수 있었을 것이다.
밖은 무덥고, 안은 무섭다. 모처럼 친구들을 볼 수 있었던 주말 결혼식에도 민성이를 데리고 갈 수 없었다. 나는 밥도 먹지 못하고, 도망치듯 식장을 빠져나와야 했다. 육아휴직자에게도 참 가혹한 질병이다.
다행히 곧 장마란다. 그럼 더위는 한풀 꺾일 것이고(물론 그 후엔 더 더워지겠지만), 계절은 바뀔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이 질병도 결국은 잡힐 것이다. 그러나 나의 육아는 계속된다.
과연 날씨가 서늘하고, 코로나도 없었으면 육아가 늘 즐겁기만 했을까? 아닐 것이다. 결국 이 더위도 코로나도, 길고 긴 육아 여정의 작은 돌부리일 뿐이다. 돌부리는 어디든 있다. 그걸 뛰어넘을 근육을 키워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