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성이 아빠 Jun 28. 2020

지원군이 도착했습니다

휴직 59일째, 민성이 D+308

아무래도 수염은 안 기르는 게 좋겠다 아들…. 동생 여자 친구, 지수의 작품. / 2020.06.27. 우리 집


주말의 시작은 병원이었다. 토요일 오전, 민성이를 데리고 집 앞 소아과로 향했다. 어제(27일)는 아내와 함께였다. 원장님에게 '또' 혼나기 싫어, 이번엔 아내만 진료실에 들어갔다. (소아과 원장님은 한숨을 쉬었다)


아내는 원장님이 이제야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눈치였다고 했다. 참나. 민성이는 가래가 좀 있고, 코 안이 건조하긴 하지만,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란다. 다행이다. 당분간 소아과 갈 일이 없어서.


오후엔 아내가 바빴다. 그녀는 피부과에서 흉터 치료를 하고, 운전 연수도 받아야 했다. 아내의 배 위엔 아직도 제왕절개 흉터가 남아있다. 계속 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아버님 상을 치르고 복직을 하느라 그러질 못했다.


대신 든든한 지원군이 도착했다. 내 동생, 그러니까 민성이 삼촌이랑 그의 여자 친구, 지수다. 둘은 공무원 준비를 할 때 사귀기 시작해(그러라고 만든 스터디가 아니었을 텐데) 지금까지 예쁘게 잘 만나고 있다.


지수가 민성이를 보고 싶어해 놀러 왔다고 했다. 그녀는 매일 민성이 육아일기가 올라올 때마다 빠짐없이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렇게 마음이 예쁜 애가 우리 동생을 만나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애란 모름지기 어쩌다 볼 수록 예쁘기 마련이다. 둘은 집에 오자마자 민성이 주변을 에워싸고 그를 숭배하기 시작했다. 민성이가 붕붕카를 타고 싶어 하길래, 셋만 밖으로 내보냈다. 난 역시 지혜롭다.


둘은 흡사 신혼부부처럼 아이를 태우고 집 앞 공터를 돌았다. 다녀와서는 민성이의, 혹은 민성이랑 사진을 찍으면서 놀았다. 저 털보 사진을 비롯해, 주옥같은 사진을 많이 건졌다. 그렇게 오후는 '순삭'됐다.


오후 6시쯤, 민성이 팬클럽 회장이 돌아왔다. 민성이를 재운 뒤, 넷이서 족발에 막걸리를 한 잔, 아니 여러 잔을 했다. 동생은 형 요즘 그 병 어때라고 (웃으며) 물었다. 너도 휴직하고 애 키워봐라, 우울하나 안 하나.


사는 얘기, 옛날 얘기, 민성이 얘기를 하다 저녁 늦게 그 둘은 돌아갔다. 난 동생이 있어서 좋았다.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로. 민성이도 동생이 있으면 좋긴 할 텐데. 취기에, 잠이 기분 좋게 쏟아진다. ###

매거진의 이전글 소아과 원장님은 한숨을 쉬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