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60일째, 민성이 D+309
햇살은 따가웠지만, 무덥진 않았다. 이따금씩 바람이 부는, 꽤 선선한 날씨였다. 용산가족공원은 언제 와도 참 좋다. 어제(28일) 오전 9시 반, 공원 주차장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했다. 출발이 좋았다.
약기운 때문인지, 민성이는 조금 쳐져있었다.(소아과 원장님은 한숨을 쉬었다) 이곳에 올 때마다 눈이 땡그랗게 돼서는, 여기저기 둘러보느라 정신없는 10개월 생이었는데. 큰 병도 아닌데 괜히 병원을 데리고 갔나 싶었다.
주말에 이곳에 오면 아이들을 데리고 삼삼오오 모인 외국인 가족들을 본다. 어제도 그랬다. 인근 용산 미군기지에 근무하는 군인 가족들인가 싶었지만, 영어를 쓰진 않았다. 어쨌든 한국인은 아니었다.
그들은 공원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아이는 아이들끼리, 부모는 부모들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제는 어느 아이의 생일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아이들의 생일 축하 노래가 공원에 울려 퍼졌다.
캐나다에서도 자주 접했던 풍경이다. 난 대학 3학년 때 1년 정도 교환학생으로 그곳에 가있었다. 공원에서 생일 파티든, 자선 행사든, 어떤 모임을 갖는 건 한국에선 낯설다. 문화 차이도 있을 거다.
문득, 육아휴직을 쓴 아빠들, 민성이 또래를 키우는 아빠들과 정기적으로 저런 모임을 해보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 아빠들이 많진 않겠지만, 또 없진 않을 거다. 어쩌면 이미 있는데 내가 모르고 있는 걸 수도 있다.
다음 달 민성이와 난 아내를 따라 지역에 간다. 아내는 그곳에서 1년 반 정도 근무해야 한다. 내가 휴직한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어디가 될 진 아직 모르지만, 어디가 되든 내 친구는 없을 것이다. 서울이 아니니까.
육아는 외롭다. 아빠의 육아는 더 외롭다. 소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께 하면 덜 외로울 것이다. 아빠들이 공원에서, 혹은 누군가의 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만나, 일상을 공유하고 외로움을 덜어내는 거다.
2020년이다. 이젠 우리나라 아빠들도 기저귀 가방을 메고, 애 키우는 다른 아빠를 만날 때가 됐다. 친구를 만나는 건 아이한테도 좋을 것이다. 모임 이름은 '애 키우는 아빠들' 정도가 좋겠다.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