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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l 15. 2020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

휴직 76일째, 민성이 D+325

독서왕 강민성. 책 구멍에 손을 넣어보는 독서왕. 사진은 지난달 말. / 2020.06.24. 우리 집


민성이는 하루 대부분을 집에서 보낸다. 그가 집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하루 1시간, 산책에 나설 때뿐이다. 그래서 지금의 민성이에겐, 몇 평 남짓한 이 작은 공간이 그의 전 우주다.


고개를 90도만 돌려도 전부 시야에 들어오는 좁은 공간이지만, 놀랍게도 민성이는 잘 논다. 아이가 자라면서 집 안에서도 머무르는 곳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요즘은 그곳이 책장 앞이다.


책이란 무릇 읽히기 위해 태어난 것이지만, 10개월 아이에겐 그렇지 않다. 당연히 책을 읽진 않고, 가지고 노느라 바쁘다. 책을 꺼내고 늘어놓는데 더 재미를 느낀다. 그가 지나간 자리엔 항상 책이 홍수를 이룬다.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책장을 손으로 넘긴다는 거다. 물론 책 대부분은 거꾸로 놓여있고, 아이는 여러 장을 동시에 넘기거나, 한두 장을 넘기고는 다른 책을 꺼낸다. 그래도 요즘은 꽤 책을 읽는듯한 모습이 연출된다. 


책을 먹는 건 여전하다. 가끔은 먹을 수 있는 책을 찾으려고 책장을 저렇게 열심히 뒤지나 싶기도 하다. 아이 그림책을 왜 두꺼운 보드지로 만드는지, 민성이를 키우며 알게 됐다. 그는 아기의 탈을 쓴 염소다.


민성이가 아기일 때 즐겨보던 <사과가 쿵> 은 이미 너덜너덜해졌다. 사과를 사이좋게 나눠먹던 동물 친구들의 반은 이미 민성이의 뱃속에 있다. 책은 먹는 게 아니라 보는 거라고 몇 번을 얘기했지만, 씨알도 안 먹힌다.


그래도 아이가 책과 친해지고 있는 거라고,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아내가 조리원에서 돌아오고, 민성이를 돌봐주시던 산후도우미 이모님께선 아이에게 틈틈이 책을 읽어주셨다. 그때 민성이는 목도 가누지 못했다. 


이모님은 아이가 글을 몰라도, 꾸준히 책을 읽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다. 이모님이 떠나시고, 아내는 민성이를 안고 자주 책을 읽어주었다. 지금은 아이도 책을 뜯어먹느라 바쁘지만, 언젠가는 눈과 마음으로 읽겠지.


언젠가 거실 테이블에서 가족 모두가 책을 읽는 풍경을 상상해본다. 독서가 우리 집의 생활과 문화, 여가로 자리 잡힌다면 정말 근사할 것이다. 그때쯤이면 나도 저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제대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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