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77일째, 민성이 D+326
어제(15일) 아내는 아침 일찍 군산으로 향했다. 그녀는 다음 주 월요일부터 그곳으로 출근해야 한다(군산의 민성이). 우리 가족에게 남은 시간은 닷새, 그 안에 집을 구하고 이사까지 마쳐야 한다.
일단 가장 중요한 집부터 결정돼야 나머지를 준비할 수 있다. 이사 날짜도, 민성이 어린이집도 모두 거기에 달렸다. 아내는 어떻게든 담판을 짓고 오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집을 나섰다. 그녀라면 해낼 것이다.
아내는 저녁 7시가 조금 넘어 돌아왔다. 서울에서 미리 알아보고 내려간 집이 생각보다 별로였고, 공인중개사도 비협조적이었단다. 하지만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방향을 틀어 우리가 고려하지 않았던 다른 동네로 향했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더 좋은 집을 구해왔다. 역시 잔다르크 답다. 부모님 집과도 그렇게 멀지 않았고, 주변에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으며, 최근에 지은 아파트라 깔끔했다. 아내는 오빠도 분명 좋아할 거라고 했다.
다만, 그 집 사정으로 이사가 일주일 미뤄졌다. 그래서 이번 주말, 우리는 민성이를 데리고 군산 부모님 집에 간다. 일주일 간 아내는 그곳에서 출근을, 나는 민성이를 본다.
내 고민은, 그 일주일을 위해 민성이 물건 중 무엇을 싣고 군산에 갈 건지다. 내 차가 용달차만 하면 좋을 텐데, 그의 반의 반도 안되므로, 난 선택해야 한다. 뭣이 더 중한가.
흡사 무인도에서 아이와 일주일을 살아야 하는데 - 군산이란 도시가 그렇다는 게 아니다 - 물품이 제한된다면, 무엇을 먼저 가지고 갈 것인가 고민하는 느낌이다. 차에 실어야 하니 너무 커도, 너무 무거워도 안된다.
하루 3번 꼬박 이유식을 먹여야 하니, 유아용 의자는 챙겨야 할 것 같다. 요즘은 책을 잘 가지고 노니, 그것도 가져가고 싶다. 옷은 당연하고, 욕조도 필요할 것 같다. 이러다 보면 결국 두고 갈 게 하나도 없다.
잠깐이지만 아기 용품을 다 쓸 수 없는 상황에 놓여보니, 비로소 생각하게 된다. 어떤 게 '꼭' 필요한가. 사실, 아기 용품이란 게 있으면 편하지만, 없어도 못 사는 건 아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아이는 그에 적응해서 잘 지낸다.
장난감이 없으면 다른 게 장난감이 된다. 의자나 침대가 없으면 그냥 바닥에 앉아 먹고, 누워 자면 된다. 옛날엔 다 그랬다. 그러니 결국은 부모의 기준이 중하다. 나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참에 고민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