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73일째, 민성이 D+322
민성이는 손을 잘 쓴다. 그는 꽤 어렸을 때부터 젖병을 스스로 잡았다. 민성이 또래 아기들은 다 하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그때, 그게 그렇게 기특했다.
누군가 내게 아들 자랑 한 번 하라고 하면, 난 주저 없이 그의 손을 꼽겠다. 아이가 좀 더 크고 나서는 바닥에 떨어진 걸 줍기 시작했다. 한 번은 머리카락을 주워 먹으려고 했다. 나도 집기 어려운 머리카락을.
지난 달인가, 아내의 직장 후배가 그녀의 아들과 함께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아내 말로는, 민성이는 그날 친구 뺨에 묻은 튀밥 알갱이를 주워 먹었단다. 엄지와 검지를 써서.
내가 휴직하기 전까지 아이를 봐온 아내는, 민성이가 대근육 발달은 느린데, 소근육 발달은 빠른 편이라고 했다. 우리는 가끔 그에게서 병아리 감별사의 어릴 때 모습을 본다.
뭐든 주워 먹을 수 있게 된 아이는 이제 손 전체를 쓰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흔들기 시작했다. 동요책을 가지고 놀다 노래가 흘러나오면 양손을 들어 위아래로 흔든다. 아내와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모습이다.
그 모습은 흡사 클럽에서 '풋져핸섭'을 하는 것 같기도, 마에스트로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엔 노래에만 반응했지만, 아이는 점점 가짓수를 늘려 기분이 좋을 때마다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강아지가 꼬리를 흔드는 것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물건이나, 엄마를 볼 때 민성이는 주로 손을 흔든다. 아빠에게 손을 흔들 땐, 내 손에 그의 '맘마'가 들려있을 때뿐이다.
더 나아가 민성이는 요즘 꽤 '인사'로 보이는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 주 산책길에선, 초등학생 누나들에게 연신 손인사를 했다. 누나들은 귀엽다고 난리였다. 참나. 뭐가 되려고 벌써부터.
어제(11일) 오전엔 집 보러 온 사람들에게, 오후엔 동생과 그의 여자친구에게 손을 흔들었다. 민성이가 손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점점 할 줄 아는 게 늘어난다. 귀여움은 날로 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