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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l 02. 2020

육아에 더 나은 내일은 없다

휴직 63일째, 민성이 D+312

'아빠, 저 잘했죠?' 구멍에 공을 넣은 뒤, 환하게 웃고 있는 민성이. 그날, 공을 넣고 손뼉 치기를 몇 번을 반복했던가. / 2020.06.30. 우리 집


휴직 전 마지막 회식은 마포의 한 고깃집에서 했다. 그날, 자리 맞은편에 앉아있던 여 선배가 해준 얘기가 있다. "육아에 더 나은 내일은 없다." 그녀는 어린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다. 진정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그때 민성이는 8개월이었다. 아마 누군가, 지금은 아기가 어려서 힘들 수 있지만 조금 지나면 나아지지 않을까요? 말도 하고 그러면 귀여울텐데, 라고 날 위로했던 것 같다. 그다음 저 말이 나왔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났다. 요즘 민성이를 보며, 그날 선배가 했던 얘기가 생각난다. 그때 민성이는 겨우 앉을까말까 했다. 기는 속도도 지금처럼 빠르지 않았고, 손도 잘 쓰지 못했다.


불과 두 달이 지났지만, 아이는 폭풍 성장했다. 가깝게는 걸음마를 시작했고(민성이의 남다른 첫걸음), 하루가 멀다 하고 할 줄 아는 게 늘어나고 있다. 어제(1일)도 몇 번을 놀랐다.


놀 게 없는데, 아이가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무른다 싶으면, 뭐가 있는 거다. 어제는 민성이가 자기 몸통만 한 튀밥통을 수상하리만큼 오래 가지고 놀았다. 빼꼼히 내다보니, 그는 뚜껑이 열린 통을 껴안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건 빈 통이 아니었다. 해안의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튀밥 알갱이가 매트 위로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얼른 달려가서 뚜껑을 닫고, 대참사를 막았다. 하늘이 도왔다.


뚜껑을 헐겁게 닫아놓은 것도 아닌데, 민성이는 도대체 저걸 어떻게 열었을까. 정말 저 고사리 손으로 뚜껑을 잡아 돌린 걸까? 문제는 우리 집에 뚜껑이 달린 통은 저것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민성이는 어제 똑딱거리는, 물티슈 뚜껑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물티슈를 뽑고, 또 뽑았다. 전에는 그 뚜껑도 열지 못했다. 안방에선 서랍을 열고, 자기 신생아 때 신발을 꺼내 열심히 핥고 있었다. 


아이는 이제 걷고, 뛸 것이다. 손도 더 잘 쓰게 될 것이다. 그럼 나도 더 분주해질 테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도 10개월 때가 나았지.' 아이가 학교를 가고, 결혼을 해도 비슷할 거다. 육아에 더 나은 내일은 없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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