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67일째, 민성이 D+316
10개월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어려운 건 그 속을 알 수 없다는 거다. 나 같은 평범한 아빠는 아이가 뭐가 힘든지, 어디가 아픈지 알기 어렵다. 말을 못 하는 아이는 울음으로만 그 불편함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어제(5일), 민성이는 내가 휴직을 쓴 이후 가장 많이 울었다. 기록적인 날이었다. 민성이는 왜 울었을까. 내가 아동학 박사나, 소아과 전문의가 아닌 이상 결국은 추론이다. 우리 부부의 추론은 다음과 같다.
하나, 엄마에게 떼쓰는 게 늘었다. 내가 휴직을 한 이후, 민성이 주양육자는 아빠, 부양육자는 엄마가 됐다. 나는 민성이를 종일 보고 엄마는 가끔 본다. 어쩌다 민성이를 보는 엄마는 늘 아이를 더 안아줬고, 더 놀아줬다.
그래서인지 민성이는 나랑 있으면 무덤덤하게(?) 잘 있다가도, 엄마만 오면 칭얼댄다. 원하는 걸 얻으려 할 때, 유독 아내에게만 그러는 거다. 그게 점점 심해져, 이번 주말에는 아예 대성통곡했다는 게 첫 번째 추론이다.
어제 오후엔 아내가 밥을 주는데 아이가 너무 울어서 밥을 다 못 먹었다. 민성이는 이제껏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 모른다. 아이 몸에 있는 수분이 눈과 코로 다 빠져나오는 느낌이었다.
오전에도 아이는 엄마를 계속 쫓아다니며 안아달라고 보챘다. 아내도 민성이의 투정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 몇 번 엄한 표정을 짓고 잘 안아주지 않았다. 아이의 울음은 더 심해졌다.
두 번째 추론은, 아이의 컨디션이다. 민성이는 최근 가래 끓는 소리를 내 병원을 다녀왔고(소아과 원장님은 한숨을 쉬었다), 그제는 묽은 변을 다섯 번이나 누었다. 1일 3똥까지는 해봤지만 5똥은 처음이었다.
다행히 어제는 변 횟수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어딘가 몸이 안 좋아 투정이 심해진 건지도 모른다. 30분 정도 토막잠을 잔 것도, 그 근거일 수 있다. 오전 외출과 오후 손님 방문으로 아이 스케줄도 엉클어졌다.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아이를 달래서 잠자리에 눕혔다. 힘없이 토끼 인형의 팔과 귀를 만지작대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뭐가 그렇게 힘든지 말해달라고 했지만, 민성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언제쯤 저 속을 알게 될까. 알게는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