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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l 08. 2020

아이를 빚다

휴직 69일째, 민성이 D+318

청소시간은 이제 그의 걸음마 연습시간이, 청소기는 그의 보행 도우미가 되었다. / 2020.07.07. 우리 집


오랜만에 육아 백과를 펼쳤다. 이달부터 시작한 후기 이유식, 진밥을 민성이가 영 먹기 힘들어하는 것 같아, 제때 먹이는 건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어른처럼 먹고 자기). 


민성이가 속해있는 10개월은 후기 이유식 범위 안에 있었다. 조금 더 먹여봐도 괜찮겠다, 하고 책을 덮으려는 찰나, 글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유식을 먹인 후에는 반드시 거즈나 유아용 칫솔로 이와 잇몸을 닦아준다.' 


아, 보지 말 걸 그랬다. 읽지 않았더라면, 불편하지도 않았을 텐데. 우리 부부는 그동안 민성이가 잘 때만 이를 닦아줬었다. '반드시'라는 단어가 나의 양심을 비집고 들어왔다. 할 일이 또 하나 늘어났다.


예상대로 민성이는 입을 잘 벌리지 않았다. 어쩌다 입을 벌려도, 아이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밥알은 잘못 씹는 녀석이 아빠 손가락은 왜 이렇게 잘 씹는 걸까. 난 이제 이걸 하루에 세 번씩 해야 한다. 


아이의 입에서 내 손가락이 분해되는 걸 바라보며 생각했다. 앞으론 칫솔질도 가르쳐야겠구나. 아이는 분명 양치를 안 하려 할 테고, 난 시켜야만 하고. 하루에 세 번씩 이 지루한 실랑이가 반복될 것이다.


어른인 나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아이에겐 전혀 당연하지 않다. 일상의 모든 일들이 아이에게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양치가 그렇고, 숟가락질도 그렇다. 


민성이는 요즘 이유식을 먹을 때, 그릇에 숟가락을 넣어 음식물을 뜨는(혹은 콕 찍는) 것까지는 그럴싸하게 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하다 보면 숟가락은 어느새 이유식에 파묻혀있고, 손과 얼굴은 밥알 범벅이다.


매번 그 광경을 지켜보며, 아이에게 밥을 왜 손으로 먹으면 안 되는지 이해시키려면 얼마나 걸릴지 생각한다. 숟가락보다 손이 빠르고 편한 건 사실이다. 숟가락을 쓰는 건 나한테나 당연하지, 아이에겐 당연하지 않다.


성경에선, 하나님이 흙을 빚어 인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감히 조물주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도 아주 약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칫솔질도, 숟가락질도 못하는 아이는 내가 빚은 대로 자랄 것이다.


예정대로라면, 나는 아이가 네 살이 될 때까지 육아휴직을 한다. 휴직이 끝날 때쯤이면 민성이는 내가 가르친 대로 양치를 하고 숟가락질을 할 것이다. 적어도 이때까지의 민성이는 내 책임이 더 크다. 내가 그를 빚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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