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66일째, 민성이 D+315
요즘 민성이의 '최애' 장난감은 소파, '최애' 놀이는 그 장난감에 오르내리는 것이다. 일단 짧은 다리를 힘껏 들어 올려 소파에 오른 뒤, 다시 내려온다. 사실, 내려온다기보다는 뛰어내린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하다.
일단 소파에 오르면, 민성이는 초흥분 상태가 된다. 소파 위에서 몇 번 왔다 갔다 하다가, 바닥을 힐끗 쳐다보고는 낙하를 시도한다. 아이는 소파에 오르고 내린 다음, 그날 하루 중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한 달 전, 민성이는 스스로 소파에 오르느라 안간힘을 썼고, 난 도와주지 않았다(좌절을 가르치다). 아이는 이제 열에 아홉은 혼자 오를 수 있게 됐다. 제 힘으로 해냈으니 칭찬해줄 일이지만, 문제는 내려올 때다.
오르는 거야 아이 자유지만, 내려오는 건 고민의 영역이다. 민성이는 머리부터 떨어질 때가 많다. 머리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헬멧이, 바닥엔 매트와 두툼한 방석이 깔려있지만, 불안함은 잘 가시지 않는다.
이번 주, 한 번은 민성이가 소파에 오르내리는 걸 열 번도 넘게 했다. 한 30분을 그것만 했다. 나중에 보니 소파랑 아이 옷에 음식물이 묻어있었다. 그렇다. 그는 토할 때까지 소파에서 놀았던 것이다.
어제(4일) 민성이는 아내와 있을 때도 그의 낙하 실력을 아낌없이 선보였다. 아내는 민성이가 확실히 몸 쓰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며, 아이가 실컷 놀 수 있는, 예컨대 미끄럼틀 같은 것들을 사줘야겠다고 했다.
난 민성이 공부 욕심은 없는데, 운동 욕심은 좀 있다. 부모는 자신의 결핍을 아이로부터 채우려 한다던가. 나는 운동을 좋아했고, 잘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나는 민성이가 운동을 좋아하고, 또 잘했으면 좋겠다.
나는 민성이가 축구를 좋아하면 축구공과 축구화를 사주고, 다른 운동을 배워보고 싶다면 학원도 보내주고 싶다. 꼭 잘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운동과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운동은 민성이를 더 건강하고, 밝게 만들어줄 것이다. 자신감과 자존감도 높여줄 것이다. 소파에 저렇게 오르내리는 걸 보면, 운동을 싫어할 것 같진 않다. 스포츠맨 강민성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