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65일째, 민성이 D+314
어제(3일), 대학 동기 둘이 집에 놀러 왔다. 위로 방문이다. 전날, 코로난데 애 있는 집에 가도 되냐고 묻길래 얘기했다. "코로나 보다 더 위험한 게 있지, 바로 고독이야." 그들은 더 이상 가도 되냐고 묻지 않았다.
친구들은 점심시간에 맞춰 왔다. 애 보는 아빠가 혼자 밥을 먹을 게 걱정됐나 보다. 한 친구는 과일을, 다른 한 친구는 피자와 파스타를 양손 가득 들고 왔다. 모두 먹고 싶었던 음식이다.
과일을 사 온, 임신 8개월 '예비맘' 친구가 먼저 도착했다. 그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자고 있던 민성이가 꿈틀거리며 깨어났다. 아이는 늘 그렇듯, 눈을 꿈뻑이며 가만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민성이를 본 그녀의 첫마디는 어쩜 저렇게 순하냐는 거였다. 친구의 머릿속에는 자고 일어나면, 울고 보채는 아이가 있는 듯했다. 민성이도 그럴 때가 없지는 않지만, 많지 않다. 대개는 어제처럼 멍하게 있다.
곧이어 다른 친구가 도착했고, 우리는 점심 준비를 했다. 민성이도 우리 옆, 유아용 의자에 앉았다. 어른들은 피자와 파스타를, 아이는 (얌전히) 뻥튀기를 먹었다. 그 모습을 보고, 다른 친구도 똑같이 말했다.
민성이가 이유식을 먹을 때도, 놀 때도, 친구들이 아이를 보며 제일 많이 한 얘기는 순하다는 거였다. 민성이가 순하다는 얘기를 처음 듣는 건 아니다. 우리 집에서 아이를 보고 간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말하곤 했다.
엄마 아빠, 그러니까 민성이 할머니 할아버지도 그랬다. 그들은 최근 집에 와서 민성이가 아빠를 보느라 고생한다, 민성이라면 10명도 키우겠다며 나의 염장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민성이는 진짜 순한가? 우리는 다른 집 아기를 보고 별나다고 하지 않는다. 민성이도 그런 걸 수 있다. 내가 둘째가 있다면 비교가 되겠지만, 민성이 하나, 그것도 10개월밖에 키워보지 않아서 아직 잘 모르겠다.
아내는 민성이도 꽤 고집 있는, 까다로운 아이인데, 규칙적인 생활 때문에 (잠시) 순해진 거라고 했다. 그럴 수도 있다. 아이는 계속 변하다니까, 더 지켜봐야겠다. 처음처럼 순할지, 본성을 찾아 돌아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