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83일째, 민성이 D+332
민성이는 하루에 네 끼를 먹는다. 세 번은 이유식과 분유를, 마지막 끼니는 분유만 먹는다. 식사 사이클은 아침 6시부터 시작해 4시간 단위로 돌아간다. 우리는 민성이 9개월쯤부터 그렇게 먹이기 시작했다.
이유식은 점차 주식이, 분유는 간식이 되어야 한다기에 지난달부턴 이유식 양은 좀 늘리고, 분유는 줄였다. 또, 이유식과 분유를 연달아 먹이던 걸, 1시간 간격을 뒀다. 돌이 지나고 나면 분유 대신 우유를 먹이려고 한다.
민성이는 그렇게 해서, 하루에 이유식 500그램, 분유는 700밀리리터 정도 먹는다. 아내와 내가 육아백과 등을 뒤져본 결과로는, 민성이 또래 권장량에서 크게 벗어나는 양은 아니다.
그런데 민성이가 요즘 그 양을 벗어나는 것 같다. 이유식과 분유 다 그렇다. 아이에게 진밥을 처음 먹였을 땐, 한 끼 160그램을 다 먹기 힘들어했는데(어른처럼 먹고 자기), 지금은 순식간에 해치우고도 더 달라고 난리다.
분유는 말할 것도 없다. 한 번 수유량인 140밀리미터는 눈 깜짝할 새 사라진다. 아이는 빈 젖병을 빨며,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자기가 비워놓고서는, 분유가 어디 갔냐고 눈으로 묻는다. 설마 내가 먹었을까.
군산에 와선 식사에 대한 그의 열정이 더 강렬해진 느낌이다. 어제(21일)는 민성이의 '최애' 간식인 뻥튀기를 쥐어줬더니, 자기 입 안에 뻥튀기를 잔뜩 욱여넣고서는, 내 손에 있는 뻥튀기를 뺏으려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릴 때 기억이 났다. 그때, 엄마가 쪄 준 만두를 동생보다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입 안 가득 만두를 밀어 넣었더랬다. 부전자전인가. 민성이도 확실히 먹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잘 먹는다.
민성이가 노는 걸 보면, 그만큼 먹어야 할 것 같긴 하다. 군산에 와서도 아이는 동서남북 쉴 새 없이 돌아다녔다. 워낙 신나게 놀아서, 가끔 보면 목 뒤가 땀에 젖어 눅눅하다. 민성이는 확실히 먹는 것 이상으로 논다.
밥이든 간식이든 안 먹어도 골치라는데, 아이가 안 먹는 것보다야 잘 먹는 게 낫다. 무엇보다 아이가 무언가를 먹는 모습은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그걸 지켜볼 수 있는 건 아이를 키우는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