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10일째, 민성이 D+359
휴직을 하고 나선 뉴스를 안 봤다. 잘 안 본 게 아니라, '전혀' 보지 않았다. 뉴스와 떨어져 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우리 집엔 TV가 없기 때문에 인터넷, 특히 포털사이트만 조심하면 됐다.
휴직을 하기 전엔 뉴스에 파묻혀 살았다. 뉴스를 만드는 회사에 다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뉴스는 특성상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이 더 많다. 안 받아도 되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일할 때야 어쩔 수 없었지만, 그게 싫었다.
뉴스를 많이 보는 부모님이 오실 때나 아내가 퇴근하고 나서야, 아 지금은 이게 뉴스구나, 알 수 있었다. 요즘 뉴스는 (또다시) 코로나였다. 코로나가 다시 창궐하게 된 이유를 들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역시 스트레스다.
요즘 아내는 평소보다 더 꼼꼼히 뉴스를 챙겨본다. 서울에서 터진 코로나는 군산에 사는 우리 가족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보름 뒤, 우리는 서울 호텔에서 민성이 돌잔치를 할 예정이었다.
우리는 지금 기로에 서있다. 아내와 나는 이번 주까진 추이를 지켜보고, 다음 주엔 돌잔치 연기 여부를 확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확산세를 보면 예정대로 행사를 치르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게, 우리 부부의 생각이다.
겨울에 시작한 코로나가 결국 민성이 돌잔치 턱밑까지 쫓아왔다. 아내는 몇 달 전부터 아이 돌잔치를 준비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행사 장소를 예약하는 데에만 우리는 전화 수백 통을 했다(돌잔치, 그리고 결혼식).
아내는 최근까지도 돌잔치에 입을 한복을 (힘들게) 골랐다. 서울 한복집에 피팅 날짜까지 예약해놨는데, 다시 코로나가 터졌다. 그녀는 결국 예약을 취소해야 했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으니, 돌잔치도 기약이 없다. 가을에만 할 수 있어도 선방이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될까 싶다. 해를 넘길 수도 있다.
아내는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뒤적이며, '내가 잔치 운이 없나 보다'라고 푸념했다. 이 잔치에는, 내가 바빠서 아내 혼자 모든 준비를 해야 했던 우리의 결혼식도 포함된다.
코로나에 생계를 위협받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돌잔치 걱정은 사치다. 돌잔치는 미뤄도 좋으니, 이 몹쓸 질병이 하루빨리 잠잠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가족의,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돌려받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