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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Aug 19. 2020

굿바이, 쪽쪽이

휴직 111일째, 민성이 D+360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길, 상념에 잠겨있는 0세 강민성 어린이. '아, 덥다. 시원한 거 먹고 싶다. 맛있는 거 먹고 싶다!' / 2020.08.18. 우리 집 앞


민성이는 지난주 어린이집 '적응기'를 무사히 마치고(민성이 등원 첫날), 어제(18일) 처음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잤다. 초고속 적응력을 자랑하는 민성이었지만, 집 밖에서 낮잠을 잔 적은 별로 없던 터라 걱정이었다.


오후 3시, 아이를 데리러 가며 마음을 졸였다. 그가 잘 놀고, 잘 먹었을 것이라는 건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낮잠은 자신이 없었다. 우려대로, 선생님은 민성이가 졸려는 하는데, 쉽게 잠들지 못해 조금 힘들어했다고 했다. 


민성이는 잠을 이루지 못해 결국 울음을 터트렸고, 선생님이 토닥여주니 겨우 잠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아이가 잘 때 쪽쪽이를 쓰냐고 물었고, 그렇다고 하니, 그래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동안 민성이를 재울 땐 늘 두 가지를 챙겼다. 하나는 아빠보다도 더 소중한 토끼 인형(토끼와 민성이), 다른 하나는 쪽쪽이다. 낮잠이건 밤잠이건, 민성이는 입에는 쪽쪽이를 물고, 품에는 토끼 인형을 안고 잤다.

 

토끼 인형이 없으면 아이가 잠들지 못할 것 같아, 어린이집에도 똑같은 걸 하나 사서 보냈다. 하지만 쪽쪽이는 보내지 않았다. 다음 주면 민성이도 돌이니, 이젠 쪽쪽이를 떼야한다고 생각해 그랬다. 


민성이 담임 선생님도 조금씩 쪽쪽이를 떼는 게 좋겠다고 했다. 당분간은 아이가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어린이집에서 민성이만 쪽쪽이를 물고 잘 수는 없는 일이다. 


아내는 민성이가 쪽쪽이 없이 밤에 잘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본인은 자신이 없으니, 나보고 재우라고도 했다. 아이는 조금 허전해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다행히 토끼 인형을 안고 평소랑 비슷한 시간에 잠들었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강제로 아이 쪽쪽이를 떼지 않는다고 들었다. 때가 되면 자연스레 떼진다는 거다. 특히 아이가 힘들어하는 경우엔 더욱 억지로 그럴 필요가 없단다. 


민성이 역시, 쪽쪽이를 물고 잘 자는데 구태여 뗄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집에서 만큼이나 시간을 많이 보내는 어린이집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늘 그랬듯, 우리 아들은 잘 해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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