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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Aug 20. 2020

애착도 양보단 질!

휴직 112일째, 민성이 D+361

'어머니, 날도 더운데 이러시면 안 되죠. 이건 제 꺼랍니다.' / 2020.08.19. 우리 집 앞


아내의 여름휴가가 끝났다. 지난 주말부터 어제(19일)까지, 총 닷새의 연휴였다. 군산에 온 지 한 달 만에 주어진 아내의 첫 연휴였지만, 우리 가족은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지금 모두가 그러하듯이, 코로나 때문이다.


그래도 아내는 민성이를 많이 볼 수 있다며 행복해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민성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줬고(풀메이크업을 한 채로!), 아이와 원 없이 집에서 뒹굴었다. 아내가 휴가를 즐기는 방법이다. 


어제는 민성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모처럼 아내와 데이트를 했다. 그녀는 서점에 가서 육아책을 사보고 싶다고 했다. 요즘 아이가 보이는 몇 가지 변화 때문이다. 


우선 민성이가 소리를 지르는 일이 많아졌다. 어떨 땐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큰 소리를 낸다. 뭔가 말하고 싶은데 말이 나오지 않아 그런 것 같기도, 크게 울려 퍼지는 제 목소리가 신기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떼, 혹은 짜증이 늘었다. 특히 엄마와 있을 때 심한데, 아내가 다른 일 - 예컨대 주방일 - 을 할 때, 그래서 민성이에게 집중을 덜할 때 그렇다. '나를 봐, 나를 보라고!' 하고 외치는 느낌이랄까.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닌 듯 하지만, 아내는 민성이가 소리를 지르거나 떼를 쓸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게 아이한테 좋은 건지 알아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서점에서 책 몇 권을 사서 카페로 향했다.


육아서에는 대체로 아이의 욕구를 곧바로 충족시켜주라는 얘기가 많았다. 민성이 개월 수, 그러니까 돌 전후의 아이는 제때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를 갈아줘야 세상에 대한 신뢰감을 올바르게 형성할 수 있다고 했다.


애착 형성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안정적인 애착 형성을 위해선 아이가 눈과 입으로 신호를 보낼 때마다 눈을 바라보고 안아주고 대꾸를 해주라고 했다. 첫 3년이 아이의 평생을 좌우한다, 많이 하는 얘기다.


민성이는 아내가 일찍 복직한 편인데도, 안정적으로 애착이 형성된 것 같다. 가끔 소리를 지르지만, 그래도 잘 먹고, 잘 잔다. 잘 웃고, 잘 논다. 아내가 복직하기 전에 아이와 밀도 있게 시간을 보냈기 때문일 것이다. 애착도 양보단 질이랬다.


휴가 마지막 날이었던 어제, 아내는 이제야 민성이를 좀 본 것 같다고 했다. 내가 보기엔 조금 본 게 아닌데. 민성이가 밝게 자라준 것은 순전히 그녀 덕분이다. 새삼, 다시 한번 그 사실을 깨닫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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