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13일째, 민성이 D+362
어제(20일) 아침, 자고 일어난 민성이 몸이 울긋불긋했다. 자그마한 몸 곳곳이 발갛게 부어있었다. 아내는 말할 것도 없고, 나도 놀랐다. 아이는 가려웠는지 환부를 박박 긁어댔다. 겉보기로는 알레르기 증상 같았다.
가장 먼저, 아이가 먹은 음식이 떠올랐다. 이유식이나 분유는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제(19일) 민성이가 먹은 것 중에, 아내와 내가 생각한 후보는 두 가지다. 키위 아니면 단호박 떡.
집에서 먹이는 음식은 우리가 알고 있으니, 어린이집 식단을 둘러봤다. 그제 간식 중에 키위가 있었다. 그걸 본 아내가 말했다. "나도 어렸을 때 키위 알레르기 있었는데." 그래서 키위가 후보에 올랐다.
그제 아이가 먹은 것 중에 단호박 떡도 신경이 쓰였다. 다음 주가 민성이 돌이라, 아내와 나는 며칠 전 떡집에 가서 돌 떡을 주문하고, 몇 개를 덤으로 얻어왔다. 그중에 단호박 떡도 있었다.
일종의 백설기인데, 단호박을 넣어 색깔이 노랗다. 그제 아내는 떡을 조금씩 떼어 민성이에게 먹였고, 직후 아이 입 주변이 울긋불긋해졌다. 단호박은 곧잘 먹는데, 떡이 아이랑 안 맞았던 건지, 어쨌든 그랬다.
오후 3시, 어린이집에 민성이를 데리러 갔더니 담임 선생님도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아이 몸의 붉은 반점은 아침보다 더 심해졌다. 민성이를 데리고 그 길로 소아과로 향했다
의사 선생님 역시 민성이 몸을 살펴보더니 알레르기 같다고 했다. 다만,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다른 세균성 감염질환도 증상이 이렇게 시작되는 경우가 있다며, 일단 이틀간 약을 먹어보고 다시 보자고 했다.
야근을 할 줄 알았던 아내는 6시 칼퇴근을 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우리 새끼 아파서 어쩌냐며, 아이 몸부터 뒤적였다. 민성이를 재우고 나선 폭풍 검색을 했고, 자신의 잘못이 있는 건 아닌지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반면 그런 아내 모습을 보며, 키위든, 떡이든 몸에 안 맞는 걸 먹었으면 잠깐 알레르기가 있을 수도 있지, 병원에 다녀왔으니 선생님 말대로 약 먹으면 괜찮아지겠지, 라고 생각하며 나는 태평하게(?) 맥주를 홀짝였다.
아이가 아플 때 아빠와 엄마의 대응이 다르다더니, 진짜로 그랬다. 다행히 오늘(21일) 아침에 민성이 몸은 많이 좋아졌다. 잠깐 증상이 발현되는 음식 알레르기였나 보다. 오늘은 아내도 맘 편히 야근을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