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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Aug 22. 2020

코로나 나비효과

휴직 114일째, 민성이 D+363

'민성이 어디 있지? 여기 있네!' / 2020.08.19. 어린이집


그제(20일) 오전, 민성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아파트 헬스장에 와있는데, 안내방송이 나왔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주민공동시설을 잠정 폐쇄한다는 내용이다. 러닝머신에서 내려와 하릴없이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코로나는 내 일상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고, 곳곳을 점령했다. 헬스장에 못 가는 건 참을만했다. 홈트레이닝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설마 하고 우려했던,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바랬던 일이 결국 일어났다.


어제(21일) 오후 늦게, 민성이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군산의 모든 어린이집에도 휴원 권고 조치가 내려졌으니, 등원 여부를 결정해달라는 거였다.


다만 맞벌이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가정은 등원이 가능했다. 휴원 '권고' 조치이지, '강제' 조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 집엔 부득이한 사유가 없다. 내가 휴직 중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난 내심 등원을 원했다. 민성이가 어린이집에 막 적응을 끝냈는데 또다시 변화를 주기 싫었고, 재확산한 이번 코로나 사태가 며칠 만에 끝날 지, 혹은 몇 주, 몇 달이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터졌으니 집에 데리고 있으면 안전할 거야, 라는 건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명제다. 집에만 있으면 아이는 분명 안전하다. 하지만 코로나와 함께 한 지도 반년이다. 집에만 있는 게, 과연 지속 가능할까?


혹시나는 역시나, 아내도, 엄마도 가정 보육을 원했다. 종일 민성이를 보살피는 건 아내도 엄마도 아닌데 말이다. 서운했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이 영겁의 세월을 어찌 보낼지 고민했다. 난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이를 보면서 몇 가지 깨달은 게 있다. 괜찮은 척, 혼자 다 짊어지면 결국은 감당하지 못하고, 몸이든 마음이든 순식간에 무너진다는 것이다. 어린이집의 빈자리는 아내와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다. 고통 분담이다.


주말에 확산 정도가 걷잡을 수 없이 심해지면,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나야 징징거리면 그만이지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꼭 보내야만 하는, 부득이한 가정은 얼마나 막막할까.


몇몇 이기적인 사람들의 날갯짓 때문에 민성이는 어린이집을 갈 수 없게 됐다. 아이는 그가 좋아하는 선생님도, 친구들도 당분간, 혹은 한동안 볼 수 없게 됐다. 코로나 때문에, 나비들 때문에, 여러모로 힘든 계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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