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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Aug 23. 2020

아버지, 저 이제 직립할게요

휴직 115일째, 민성이 D+364

앉으나 서나, 맡은 바 최선을 다해 주방을 어지럽히고 있는, 곧 돌잡이 강민성 어린이. / 2020.08.22. 우리 집


민성이는 요즘 꽤 선다. 물론 온전히는 아니고, 의자든 책상이든 무언가를 잡고 선다. 하지만 간혹 두 손을 뗀 채 온전히 '직립'을 하고, 더 간혹 '보행'을 할 때도 있다. 그 장면은 매번 순식간에, 스치듯 지나간다.


하지만 어제(22일)는 조금 달랐다. 민성이는 아내와 나,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온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꽤 오래 서있었다. 모두가 감탄했고, 그런 제 모습이 신기했는지 아이도 히죽 웃었다. 


어제 점심쯤, 우리 부부는 민성이를 데리고 부모님 집에 갔다. 아내와 둘이 오래간만에 외식을 하고 싶어 일부러 아이 낮잠 시간에 맞춰 갔는데, 웬일, 아이는 2시간 넘게 푹 잤다. 그렇게 길게 자기는 오랜만이었다.


푹 자고 일어난 민성이는 역시 팔팔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품에 안겨 신나게 재롱을 부렸고, 떼를 쓰지도 않았다. 그걸 지켜보던 아내가 민성이를 잡고 있던 손을 내려놓았고, 아이는 섰다. 이게 사건의 전말이다.


나는 앞부분(?)을 놓쳤는데, 아내 설명으로는 민성이는 세 발자국 정도 걷기도 했단다. 아버지는 그걸 지켜보다, 걷지 못할 때가 편했다는 것을 알게 될 거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럼 더 자주 올게요, 아버지. 


실제로 요즘 민성이는 몸을 더 많이 펼 수 있게 되면서, 떼쓰는 일도 많아졌다. 예전엔 눈에 닿지 않았던 것들이 시야에 들어오니, 매번 그걸 가져다 달라고 아우성이다. 꼭 만져봐야겠단다. 식탁 위 물건이 보통 그렇다.


예전엔 민성이가 만지면 안 되는 물건들은 조금만 높은 곳에 올려놓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누워있던 아이가 기고, 앉다가, 이제는 서게 되니 집 안에서 민성이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민성이 뒤꽁무니만 따라다닐 일이 멀지 않았다.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데 벌써 온 집안을 들쑤시고 다니는 걸 보면, 안 봐도 비디오다. 나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아 보이지만,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건 큰 즐거움…이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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