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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Aug 11. 2020

민성이 등원 첫날

휴직 103일째, 민성이 D+352

'흠, 토끼는 이렇게 생겼군.' 어린이집을 다녀온 뒤 독서 삼매경에 빠진 강민성 어린이. / 2020.08.10. 우리 집


민성이가 등원했다. 그는 태어나 처음 학생 - 정확히는 원생이지만 - 이 되었고, 나는 생애 처음 학부모가 되었다. 첫날은 평소보다 조금 늦은 10시쯤 등원하는 게 좋겠다고, 지난주 민성이의 첫 담임선생님은 말했다.


등원 시간을 맞추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민성이는 아침 6시쯤 일어나 8시나 9시쯤 낮잠을 잔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식을 10시쯤 먹는다. 잠이든 밥이든, 등원 시간에 딱 걸린다.


아이의 생활 습관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다. 그동안 어린이집을 염두에 두고 생활한 것도 아니다. 어제(10일)도 8시쯤 졸려하길래, 1시간쯤 자겠지 하고 재웠더니 민성이는 10시 넘어서까지 푸~욱 잤다.


허겁지겁 두 번째 이유식을 먹이고, 아내가 전날 밤 준비해놓은 '등원룩'으로 갈아입혔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10시 40분. 아비의 무능함 탓에, 결국 민성이는 첫날부터 지각하고 말았다.


아이가 처음 등원하면, 부모와 함께 어린이집에 머물며 얼마간 '적응기'를 갖는다. 첫날은 한 시간, 다음 날은 두 시간, 이런 식으로 아이를 조금씩 어린이집에 적응시키는 건데, 아이의 분리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태어난 민성이는 0세 반이다. 아이를 안고 교실에 들어가니, 민성이보다 조금 빠른 남자아이 둘과 선생님 두 분이 앉아있었다. 선생님 한 분당 아이 셋. 두 개 반 아이들과 선생님이 한 공간에서 생활한다고 했다.


민성이 눈엔 경계심이 가득했다. 아이는 손으로 내 목을 휘감은 채, 좀처럼 내 품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낯을 잘 안 가리던 아이라, 아빠 따위는 바로 잊고 잘 놀겠거니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하지만 아이의 탐색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내 품에서 무릎 위로, 그리고 결국 그곳까지 벗어나는 데에는 10분이면 충분했다. 친구들과 선생님, 새 장난감 속으로 들어간 뒤로는, 예상대로 날 쳐다보지도 않았다.


선생님은 민성이가 잘 노는 편이라고 했다. 민성이와 마찬가지로 어제가 첫 등원이었던 같은 반 아이도 엄마와 함께 왔었는데, 둘은 30분 만에 돌아갔다고 했다. 아이가 엄마 무릎 위를 떠나지 못했단다.


첫날이니 1시간 정도만 떨어져 있어 보는 게 좋겠다고 해서, 집에 가서 밥을 먹고 12시쯤 돌아왔다. 민성이는 여전히 해맑게 놀고 있었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아직까진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는 것 같다. 다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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