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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Aug 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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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 106일째, 민성이 D+355

'아빠, 저기 내려가 봐도 돼요?' '안돼. 민성이는 아직 못 걷잖아.' '힝….'/ 2020.08.13. 근처 아파트 단지


육아휴직을 한다고 했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휴직을 하면 뭘 할 거냐고 물었다. 내가 분명 '육아' 휴직이라고 했는데도 그랬다. 그렇게 묻는 사람 대부분은 애가 없었다. 그래, 모르면 그럴 수 있다.


그들이 그렇게 물었을 때 나는, '글쎄, 애를 보고도 시간이 남으면 운동이나 할까'라고 답하곤 했다. 육아휴직을 한 지 100일이 지났다. 글쎄, 내가 과연 운동을 했을까?


운동을 한다면, 달리기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생 때는 가끔 한강변을 달렸고, 교환학생으로 가있었던 캐나다에서도 달리기를 즐겼다. 무엇보다 달리기는 신발과 내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다. 그래서 좋다.


6월인가, 러닝화를 하나 샀다. 달리기가 취미인 대학 동기 추천으로 전문 매장에 가서, 무려 발 상담까지 받은 뒤 산 거였다. 하지만 내 발에 딱 맞는 그 러닝화는 매장에서 처음 본모습 그대로 우리 집 신발장에 있었다.


민성이를 등에 업고 달릴 수는 없었다. 아내가 퇴근한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작정하면 뛸 수야 있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됐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럴 힘도 없었고.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누군가 그랬다. 육아는 어린이집을 보내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정말 그랬다. 민성이가 등원한 지 4일째였던 어제(13일), 난 드디어 신발장에서 러닝화를 꺼냈다.


민성이 어린이집은 아파트 104동, 단지 헬스장은 106동 앞에 있다. 민성이를 데려다주고 헬스장까지 가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5분 거리도, 민성이가 등원하지 않았다면 몇 개월 간 지나지 못했을 것이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헬스장이라 자그마했다. 신발 끈을 동여매고 러닝머신 위에 올랐다. 발을 디딜 때마다 숨이 차고 땀이 흘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다. 마지막이 언제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민성이가 어린이집에 가니 내 시간이 생겼다. 청소, 요리를 할 때도 여유가 생겼고, 운동도 할 수 있게 됐다. 몸이 튼튼해야 정신도 맑아지고, 민성이도 더 잘 볼 수 있다. 민성이가 준 소중한 시간, 알차게 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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