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05일째, 민성이 D+354
어린이집 등원 사흘째, 민성이 담임 선생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초고속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어디가 집이고, 어디가 어린이집인지 모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어제(12일)는 민성이 어린이집 사진을 처음 받아봤다. 사진 속 아이는 그곳에 있는 장난감이란 장난감은 모조리 꺼내 휘젓고 있었다. 그리고는 해맑게 웃었다. 어찌나 기특하던지.
민성이는 특히 종이 찢기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집에선 종이을 찢을 때마다 아빠에게 저지당했는데(주로 책이니까!) 어린이집에서는 대놓고 종이를 찢으라고 멍석을 깔아주고, 칭찬까지 해주니 얼마나 좋았을까.
반면, 민성이와 같은 날 등원한 친구는 아직까지 엄마와 헤어지기 어려워한다고 한다. 그런 걸 보면, 확실히 아이마다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속도와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 친구와 달리, 민성이는 어찌 그리 아빠와 잘 떨어지는 걸까? 돌이켜보면, 민성이는 엄마와도 잘 헤어졌다(엄마 복직 첫날, 민성이는 울지 않았다). 생후 253일, 8개월이 좀 지났을 때였다.
통상 출산휴가를 쓴 뒤 1년 이상 육아휴직을 내리 붙여 쓰는 여느 엄마들과 달리, 아내는 휴직 4개월 만에 복직을 했고, 민성이와 헤어졌다. 그리고 일찌감치 내가 바통을 넘겨받았다.
저와 한 몸인 줄 알았던 엄마랑 일찍 떨어져서인지, 아이는 그 후로도 엄마랑 헤어지는 걸 어려워하지 않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좀처럼 낯을 가리지 않았다. 물론 민성이가 그냥 그렇게 태어난 걸지도 모른다.
어제 민성이를 데리러 갔더니, 선생님은 아이가 엄~청 활발하다면서, 아버님 힘드셨겠어요, 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민성이가 어린이집 적응을 잘해줘서 고맙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리 부부는 일찍이 엄마가 복직하고 아빠가 휴직하는, 덜 일반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민성이가 어린이집 생활을 힘들어했다면, 아내도 나도 마음이 더 안 좋았을 것이다. 그래서 민성이한테 더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