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20일째, 민성이 D+369
아이를 갖자고 한 건 나였다. 지금 아내가 민성이한테 얼마나 푹 빠져있는지, 그에 비해 나는 얼마나 덤덤한지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하지만, 그때는 그랬다.
아내는 아이를 안 낳겠다는 건 아니지만, 낳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연애 6년, 결혼 3년의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돌연 아이를 낳겠다고 했다. 발표는 순간이었지만, 고민은 순간이 아니었을 것이다.
고민의 끝엔 내가 있었다. 아이는 내게 주는 선물이라고, 아내는 말했다. 그 선물을 위해, 그녀는 열 달 동안 뱃속에 아이를 품고 있어야 했다. 몸집도 작은 아내는 매일 밤 몸을 옆으로 뉘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잠들었다.
돌잔치는 부모 잔치라고들 한다. 아이를 키워보니 그 말이 맞았다.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우리 꼬맹이도 고생했지만, 부모가 된 우리 역시 막 세상에 태어난 것과 같았다. 애도, 부모도 고생스러웠던 1년이었다.
하지만 아이도, 우리도 잘 해냈다. 힘들었지만 잘 버텨냈고, 우리는 돌상 앞에 모였다(민성이 첫 돌(1)). 감격스러운 순간, 코로나 난리에 비록 하객은 셋으로 줄었지만, 관심은 이제 그가 무엇을 집어 드느냐로 집중됐다.
이제 만 1세, 강민성 어린이는 모두가 주목하는 가운데, 가장 먼저 마패를 집어 들었다. 당연히 그는 마패가 마패인 줄 몰랐을 것이다. 아내와 추정컨대, 마패 끝에 달린 오색 실이 눈길을 끌지 않았나 싶다.
돌 용품업체의 안내서에는, 마패는 '훌륭하고 정직한 공무원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적혀있었다. 내 아들이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훌륭하고 정직한 공무원이 된다면 너무 뿌듯할 것이다.
아이가 집중력을 잃기 전에,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 사진 몇 장을 건진 뒤, 급하게 돌상을 정리했다. 상에 올렸던 떡은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줄 요량으로 소분했다. 그렇게 우리 아이의 첫 돌이 끝났다.
민성이를 재우고 아내와 맥주를 홀짝이며 지난 1년을 돌아봤다.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우린 잘 해내고 있어, 가 요지였다. 그 중심엔 효자, 강민성이 있다. 민성아, 정말 고마워. 우리에게 와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