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21일째, 민성이 D+370
돌잔치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민성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갔다. 돌 이후 줄줄이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각종 예방접종을 위해서다. 아는지 모르는지, 민성이는 순순히 유모차에 올라, 해맑게 병원으로 향했다.
군산에 와서 제일 먼저 한 게 소아과를 찾는 거였다. 다행히 집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병원이 한 군데 있었고, 아이와 나는 이번 달에만 몇 번을 그곳에 들렀다.
한 번은 민성이 눈에 다래끼가 나서 갔고, 한 번은 음식 알레르기 때문에 갔다. 둘 다 의사 선생님이 일러주신 대로 약을 지어 먹이니 깔끔하게 나았다. 아이 보는 집 근처에 소아과가, 특히 괜찮은 소아과가 있는 건 큰 축복이다.
병원에 가면 위축될 법도 한데, 우리 만 1세 어린이는 당최 위축이란 걸 몰랐다. 민성이는 간호사 누나들에게도, 진료를 보러 온 다른 아이들과 그 부모들에게도 연신 손을 흔들어댔다.
아이는 주사를 맞기 직전까지도 밝았다. 간호사 누나가 손에 장갑을 끼고, 주사기에 약을 채워 넣을 때까지도 그랬다. 우리가 다 미안해질 정도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녀린 팔뚝에 주사 바늘이 들어갔다.
민성이는 그제야 울음을 터트렸다. 너무 아파선지, 놀라선지, 아니면 배신감에선지 몸을 바들바들 떨기도 했다. 아이의 몸을 꽉 끌어안고, 등을 토닥이며 달래주었다. "아빠 여기 있어. 괜찮아, 아들. 괜찮아."
민성이는 얼마 되지 않아 울음을 그쳤다. 어찌 이리 씩씩한지 모르겠다. 내가 낳았지만 - 정확히는 낳는데 일조했지만 - 보면 볼수록 나보다 낫다.
그제 맞은 접종은 수두와 홍역, 2가지였다. 일주일 후엔 A형 간염 1차, 일본뇌염 접종을 해야 한다. 이후에도 독감을 비롯, 수가지의 주사가 아이를 기다린다. 돌이 끝나자마자 고난의 연속이다. 그래서 돌잔치를 해주는 건가?
접종을 한 뒤엔 열이 나고 아프기도 한다던데, 민성이는 그날 푹 잠들었다. 아프지 않고 건강히 자라만 줘도 효자라는데, 가끔 보면 민성이는 효의 정도가 지나치다. 특히 내가 해주는 것에 비하면 더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