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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Aug 30. 2020

민성인가, 먹성인가

휴직 122일째, 민성이 D+371

'엄마, 잠깐만요. 여기 붙은 밥풀 좀 마저 떼서 먹고요.' / 2020.08.29. 군산 부모님 집


코로나가 덮진 주말 풍경은 비슷하다. 나가질 못하니, 늘 '방콕'이다. 토요일이었던 어제(29일) 역시 그랬다. 우리 세 가족은 종일 안방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주방으로 뒹굴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자연스레 민성이를 평소보다 더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아이의 표정 하나, 행동 하나에도 더 눈이 가기 마련이다. 이번 주말, 우리 부부의 관찰 결과는 이거다. 민성이는 진짜 잘 먹는다. 


이제 갓 돌을 지난 민성이는 하루 세 번 이유식을 먹고, 거기에 자기 직전 막수로 분유를 먹는다. 그리고 이유식과 이유식 사이, 틈틈이 간식도 잊지 않는다. 간식으로는 단호박이나 감자, 과일, 생우유 등을 먹는다.


이유식은 한 끼에 보통 180그램을 먹는데, 하루 한 번은 거기에 다진 소고기를 추가해 200그램 이상을 해치운다. 그걸 밥그릇에 옮겨놓으면 양이 꽤 된다. 아내가 먹는 양은 족히 넘어서는 것 같다.


육아서의 권장량에서 크게 벗어나는 양은 아니지만, 민성이는 매끼 그만큼의 이유식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는 데다, 어쩔 때는 부족하다며 짜증을 내기도 한다. 배를 보면 분명 봉긋한데도 말이다. 


어제는 민성이가 낮잠을 자고 일어난 뒤, 아내가 간식으로 단호박과 감자를 삶아줬다. 아이는 늘 그렇듯 두 구황작물을 맛있게 받아먹었고, 2시간 정도 지나 부모님 집에 가기 전엔 사과와 바나나 간 걸 먹었다.


부모님 집에 도착해, 민성이는 세 번째 이유식을 먹었다. 앞선 간식 세례에 배가 좀 불렀는지 (예의상) 조금 밥을 남기긴 했다. 그리고 부모님이 사 온 망고를 먹고, 아버지가 밥상에서 떼준 밥을 먹고, 뻥튀기를 먹었다.


집에 돌아와선 자기 전에 분유를 먹었다. 아내가, 민성아 너무 배부르니깐 다 먹지 말고 조금 남겨, 라고 했지만 민성이는 평소처럼 270밀리리터를 모두 해치웠다. 더 달라고 짜증을 안 낸 게 다행이다.


지난주 2차 영유아 검진에서 민성이의 키는 또래보다 조금 크고, 몸무게는 조금 작았다. 저렇게 먹는데도 몸무게가 그랬다. 배 속에 블랙홀이라도 있는 걸까. 그 많은 음식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만 1세답게, 아이는 열심히 놀고 소리 지르는데 그 음식들을 연료로 태우는 것 같다. 민성이는 많이 먹고, 많이 논다. 민성이면 어떠하고, 먹성이면 어떠한가. 건강하고 밝게 자라주면 그만이다. 잘하고 있어, 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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