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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Sep 05. 2020

접종이 제일 쉬웠어요?

휴직 128일째, 민성이 D+377

'히잉. 선생님, 저 토끼 아니에요. 이거 벗겨주세요.' / 2020.9월 첫째 주. 어린이 집


어제(4일) 민성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각종 집안일을 끝 마치고 나니 오전 10시가 조금 넘었다. 그때부터가 내 시간이다.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막 뒤적이려는데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은 민성이가 열이 난다고 했다. 전화기 너머로 아이가 악을 쓰며 우는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은 해열제를 먹이기보다 혹시 모르니 병원에 가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서둘러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그제 아이 접종을 할 때, 담당 간호사가 경고하긴 했었다. A형 간염 접종은 열이 조금 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 열이 38도가 넘어가면 챙겨 먹이라며 해열제도 챙겨줬다.


어제 어린이집에 가기 전만 해도 열이 37도였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열이 더 오른 것이다. 부랴부랴 민성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가니 원장님은 다행히 다른 증상은 보이지 않는다며, 단순 접종열 같다고 했다.


열이 날 수 있단 얘기를 들었어도, 실제로 열이 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제 민성이가 소아과에서 워낙 씩씩하게 주사를 맞길래, 접종이 제일 쉬웠다고 시건방을 떨어 이리됐나 보다(접종이 제일 쉬웠어요).


집에 돌아오니 11시, 평소 같았으면 거실에 요가매트를 깔고 홈트레이닝을 하고 있을 시간이다. 참 오랜만이었다. 이 시간에 민성이와 둘이 집에 남겨지기는.


점심에 해열제까지 먹였더니 민성이는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아이는 금방 잠들었지만, 길게 자지는 못했다. 1시간을 자고, 울고 불다 30분을 더 잤다. 몸이 불편해 그랬을 것이다.


자고 일어나서는 더 보챘다. 열과 함께 엉덩이 센서도 생겨났는지, 땅에 내려놓기만 하면 집이 떠나가라 울었다. 민성이를 계속 안고 있느라 팔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그래, 이 느낌이었어. 아이랑 종일 있는다는 것.


다행히 열은 다시 37도로 떨어졌다. 아이 열이 1도 떨어진 만큼, 내 열은 1도 오른 느낌이었다. 이제 어린이집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 같다고, 확실히 느꼈다. 민성아, 아프지 말자. 아빠가 더 잘할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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