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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Sep 04. 2020

접종이 제일 쉬웠어요

휴직 127일째, 민성이 D+376

'뭐야, 내 과자 다 어디 갔어. 누가 다 먹었어!' / 2020.09.03. 우리 집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파트 창문 밖에 나뭇잎 몇 개가 납작 붙어있다. 태풍이 지나간 흔적이다. 그래도 밤새 민성이 우는 소리는 들었어도, 비바람 소리는 듣지 못했다. 이만하길 다행이다.


태풍의 영향인지, 어느새 9월의 문턱에 들어섰기 때문인지 날씨가 확실히 서늘해졌다. 작년 이맘때쯤엔 신생아 강민성과 조리원에 있었는데. 쓸데없이 추억을 곱씹으며, 민성이와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어제(3일)는 민성이 접종일이었다. 아이가 돌이 되면, 맞아야 할 예방 접종이 줄줄이 사탕이다. 민성이는 지난주에 이어 한 주 만에 다시 소아과를 찾았다(아빠 여기 있어, 괜찮아 아들).


병원에 미리 예약을 해놓고, 어린이집이 끝나자마자 민성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갔다. 아이와 병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늘 가볍다. 자신에게 주사를 놓는 그곳에서조차, 민성이는 해맑다. 진정한 아가페 사랑이랄까.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민성이는 일단 간호사 누나들에게 눈을 찡긋하며 손인사를 했다. '아, 너무 귀여워'라는 탄성과 환호를 등에 업고, 아이는 대기실 소파에 올라 제 집인양 즐겁게 놀았다. 


어제 민성이는 일본 뇌염과 A형 간염 1차 접종을 맞았다. 왼쪽 팔에 한 방, 왼쪽 허벅지에 한 방. 하지만 아이는 지난 주보다 더 씩씩하게 주사를 맞았다. 짧게 울고, 길게 웃었다. 도대체 만 1세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주사를 맞고 나왔을 때, 민성이는 환하게 웃었다. 심지어 뺨에는 아까 흘린 눈물이 채 마르지도 않은 상태였다. 간호사들 역시 나만큼이나 놀라워했다. 씩씩한 아이를 둔 덕에, 아빠인 내가 우쭐했다. 참 놀라운 아기다.


민성이는 산책을 할 때도 마주치는 이들에게 늘 사랑을 받는다. 아이가 그들을 향해 먼저 웃고, 손을 흔들기 때문이다.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먼저 예쁘게 웃어주고, 손을 흔드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근래 계속 야근을 해왔던 아내는 모처럼 일찍 퇴근했다. 주사 두 방에 힘들 법도 한데, 민성이는 여느 때처럼 해맑은 웃음으로 그녀를 맞아주었다. 아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렇게만 자라주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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