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26일째, 민성이 D+375
지난주 돌을 기점으로, 민성이가 할 수 있는 게 확실히 늘었다. 우선 더 잘 설 수 있게 됐다. 사물을 잡고 서는 건 이제 예삿일이고, 두 손을 떼고 제 힘으로 오롯이 서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서있는 상태로 손에 뻥튀기 같은 걸 들고 먹고 있는가 하면, 마치 스쿼트를 하듯 앉았다 일어나기도 하고, 두세 발자국 걷기도 한다. 확실히 다리 힘이 세졌다. 아내는 요즘 인터넷에서 민성이 신발을 고르고 있다.
민성이는 요즘 숟가락질도 꽤 그럴싸하게 한다. 당연히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힘만으로 숟가락질을 해서 밥을 먹는단 얘기는 아니다. 민성이는 이제 한 살이다.
나는 아이 밥을 먹일 때, 우선 내 손바닥 크기의 이유식 그릇에 밥을 담아온다. 그리고 자그마한 유아 전용 숟가락을 민성이에게 쥐어주고, 나는 그것보다 긴 실리콘 숟가락을 사용해 밥을 떠먹인다.
예전에 민성이는 숟가락을 손에 들고 있긴 했지만, 이유식 그릇에 빠트리는 게 고작이었다. 내가 아이 숟가락 위에 밥풀을 몇 개 얹어주면 가끔 자기 입으로 가져가기는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돌 전후로 민성이가 달라졌다. 그는 숟가락을 단단히 쥔 다음, 내 손에 있는 이유식을 콕콕 찍어 제 입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거기서 더 나아가 밥을 휙휙 저어 꽤 많은 양을 스스로 떠먹기도 한다.
물론 그러기를 예닐곱 차례 반복하고 나면, 반대쪽 손을 곧바로 이유식 그릇에 집어넣어 예전처럼 이유식을 손으로 퍼먹는다. 그래도 단 몇 번이라도, 아이가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는 광경을 지켜보는 건 큰 감동이다.
돌이 되면서 할 줄 아는 것만 느는 건 아니다. 떼도 늘었다. 특히 안아달라고 할 때가 많은데, 그 메시지가 예전보다 더 명확하다. 내 품에 안기면 제 세계에선 안 보이던 것들이 시야에 들어오니, 그게 좋은 것 같다.
내 품에 안겨야만 보이는 것들은 선반 위 장식품이나 주방용품처럼, 대부분 아이가 만지면 안 되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 매번 전진을 명하는데, 뜻대로 안 해주면 그렇게 생떼를 쓴다.
아이는 점점 변화한다. 할 수 있게 된 건 더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하고, 마냥 떼쓰는 건 올바른 쪽으로 잡아줘야 한다. 민성이는 지금 내 손을 잡고 기로에 서있다. 어디로 이끌 것인가, 책임이 막중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