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29일째, 민성이 D+378
그제(4일) 군산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대학 절친(오후 4시, 남자 둘, 곱창집)과 그의 아내다. 서울에 있을 때 우리 두 부부는 자주 어울렸었다. 넷이서 며칠씩 여행을 가기도 했다.
전부터 그들은 군산의 첫 손님이 되겠다고 호언장담해왔다. 군산으로 이사 온 지 한 달하고 보름, 부부는 약속을 지켰다. 뭐, 그들이 이곳을 찾은 게 100% 우리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겠지만.
귀한 손님이 먼 걸음을 했는데, 정작 군산에 대해 잘 모르기는 그들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였다. 이사 온 뒤로도 우리는 돌잡이 아이 때문에, 코로나 때문에 늘 '방콕'이었다.
외지인들처럼 우리도 인터넷 검색을 했다. 항구도시의 명성에 걸맞게 횟집이 좋을 것 같았다. 사람들 평이 좋은 식당을 한 곳 정했다. 그들에게 좌표를 보내, 저녁에 그곳에서 보기로 했다.
민성이를 부모님 집에 재우고 부랴부랴 저녁 8시에 식당에 도착했다. 친구 부부가 먼저 도착해있었다. 식당 안에 들어서는 순간 기분이 싸했다. 아, 뭔가 잘못됐다.
내가 생각했던 식당이 아니었다. 두 미안함이 교차했다. 식당 사장님에 대한 미안함, 서울에서 코로나를 뚫고 우리를 찾아온 친구에 대한 미안함. 후자가 더 컸다. 메뉴판을 덮고 밖으로 나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식당을 검색해 그들에게 좌표를 보내기까지, 스마트폰을 열어 지난 몇 시간을 복기했다. 두 식당은 이름이 같았다. 다만 한 곳은 '횟집', 다른 한 곳은 '회집'이었다.
음식은 먹어보지 않았으니, 그 식당에 대해 예단할 순 없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분위기가 아니었다. 우리는 그 길로 다시 택시를 타고, 기사님이 추천해주신 식당에 가서 늦은 저녁을 함께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즐거웠다. 당연히 대화의 시작은 횟집과 회집이었다. 우리는 식당 문이 닫을 때까지 서로의 안부를 나누며 웃었다.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