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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Sep 07. 2020

Eating 1004

휴직 130일째, 민성이 D+379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어서 빵을 내오너라.' / 2020.09.06. 집 근처 빵집


어제(6일) 민성이가 일어나자마자 아이 방으로 달려가 이마에 손을 얹었다. 여전히 미열이 있다. 민성이는 접종 사흘째인 그제(5일)도 열이 완전히 떨어지지 않았다. 아이의 체온은 주말 내내 38도에 닿을 듯 말 듯했다.


아이를 안을 때마다 이마와 겨드랑이에서 열이 느껴졌다. 접종 다음날, 소아과 원장님은 단순 접종열로 보인다고 했지만(접종이 제일 쉬웠어요?), 아내와 나는 종일 마음을 졸여야 했다.


병원에선 38도가 넘으면 해열제를 먹이고, 그래도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내원하라고 했다. 평소에도 민성이 옆에 껌처럼 붙어있는 아내는, 아이와 거의 한 몸이 된 상태로 틈날 때마다 열을 쟀다.


체온계 숫자를 확인할 때마다 심장이 두근댔다. 다행히 열은 38도를 넘어가진 않았고, 주말에 급하게 병원에 갈 일도 생기지 않았다. 우리는 병원 대신 오후에 민성이를 데리고 부모님 집에 갔다. 


민성이는 점차 컨디션을 회복했다. 그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고도 남을 만큼 폭풍 애교를 선보였고, 그 대가로 할머니가 주는 간식을 먹고, 또 먹었다. 


아내와 나, 엄마 아빠는 민성이를 둘러싸고 앉아 아이가 먹고, 놀고, 뒤뚱이는 걸 마냥 바라봤다. 두 가족이 일상의 행복을 느끼는 데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아이의 힘은 참 대단하다. 


그러다 밥시간이 됐다. 민성이에겐 따로 이유식을 주려고 했지만, 우리가 주는 음식을 얌전히 잘 받아먹기에, 어른들과 같은 식탁에 앉혀 같은 음식을 먹였다. 민성이와 첫 겸상이다.


한 번은 민성이에게 우리가 먹던 잡채를 조금 떼줬는데, 기다란 잡채가 자꾸 손에 들러붙으니 아이는 연신 심통을 부렸다. 아이만 빼고 우리 모두가 웃었다. 잡채 먹는 것도 이렇게 귀여울 수 있다니!


집에 돌아와 아내는 민성이 아이디를 '이팅(eating) 1004'로 지어주고 싶다고 했다. 잘 먹고, 잘 웃는 민성이에게 딱이다. 먹보 천사 씨, 많이 먹고 아프지만 마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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