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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Sep 17. 2020

민성이의 첫 생일파티

휴직 140일째, 민성이 D+389

민성이의 첫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2020.09.15. 어린이집


그제(15일) 민성이는 태어나서 첫 생일 파티를 했다. 민성이 어린이집에선 한 달에 한 번, 그달 생일이 있는 친구들의 축하 파티를 열어주는데, 코로나 때문에 아이 생일 3주가 지나 파티가 열린 것이다.


아내와 나는 그날 아침부터 바빴다. 일단 돌떡을 찾아와야 했다. 우리는 '첫돌'이란 글씨가 새긴 백설기를 50개 주문했다. 어린이집 친구들과 선생님까지 전부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떡 포장지에는 '민성이 첫 생일을 축하해줘서 고마워요'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여두었다. 첫 생일이라니. 생일은 매년 찾아오지만, 첫 생일은 일생에 한 번이다. 아이는 기억 못 할 테지만,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


떡집에서 갓 나온 백설기를 챙긴 뒤 근처 빵집에 들렀다. 어린이집에선 생일 파티를 위한 케이크가 하나 사 와 달라고 했다. 뭐가 좋을지 몰라, 공룡 메카드 초콜릿 케이크를 골랐다. 공룡이면 중간은 가지 않을까 싶었다.


아내는 출근시간을 30분 미뤘다. 아내는 민성이를 안고, 나는 유모차에 떡 세 상자와 케이크를 싣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민성이는 떡과 케이크를 대동한 채 당당히 어린이집으로 들어갔다.


오후 3시, 아이를 데리러 갔더니, 선생님은 민성이가 친구들의 축하 노래에 손뼉도 치며 즐거워했다고 했다. 하지만 조금 지난 뒤엔 분위기가 낯설었는지 생일상 위에서 울음을 터트렸다고, 전해주었다.

        

나의 생일 파티는 어땠었나. 아주 어렸을 때는 엄마가 맛있는 음식들을 손수 차려 파티를 열어줬다. 엄마의 요리 솜씨면 한 상 차리는 건 금방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게 쉬운 일이라는 건 아니지만.


'중고딩' 시절엔 빵집에서, 대학생 땐 술집에서 가까운 친구 몇이랑 조졸하게 생일 파티를 했다. 민성이도 몇 년 뒤면 그의 생일을 축하해줄 친구들이 생길 것이다. 그때까지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주렴, 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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