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41일째, 민성이 D+390
요즘 민성이를 데리고 산책에 나서면, 그렇게 내려달라고 발버둥을 친다. 하지만 정작 내려주면 걷지 않고 긴다. 집에선 제법 걷는데, 아직 밖에서 신발을 신고 걷기엔 무리인가 보다.
어제(17일)도 여느 때처럼 아이와 집 앞 놀이터를 지나는데, 웬일로 아무도 없었다. 평소에도 붐비진 않았지만, 아이들 한 두 명은 꼭 나와있었던 곳이다. 날이 흐려서 그랬을까, 어쨌든 그곳엔 우리 둘 뿐이었다.
이때다 싶어, 미끄럼틀이 딸린 놀이 기구에 민성이를 내려줬다. 역시나 아이는 네 발로 기었다. 손이고, 옷이고 씻으면 그만이니 난 별로 신경 쓰지 않지만, 다른 아이들이 있을 땐 폐가 될까 싶어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민성이가 혼자 놀이 기구에 오른 것은 어제가 처음이었다. 예상대로, 아이는 함박미소를 지었다. 그래, 저 눈, 뭔가 새로운 것, 하고 싶었던 것을 할 때의 눈이다. 그렇게 반짝일 수가 없다.
특히 그는 굵은 밧줄을 격자로 엮어 만든, 그물망 같은 곳을 좋아했다. 정확히 세보진 않았지만 스무 번은 넘게 왔다 갔다 했던 것 같다. 밧줄 사이로 손과 발이 빠져도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놀이 기구의 틈은 촘촘했다. 층도 그리 높지 않았다. 기어 다니는 민성이에게 딱이었다. 아이는 기구의 단을 오르내리다, 막판엔 미끄럼틀까지 타며 정신없이 놀았다. 이런 '핫 플레이스'가 집 앞에 있었다니!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았더라면, 민성이는 몇 시간이고 그곳에서 놀았을 것이다. 바둥거리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울 때 보니, 바지 양쪽 무릎 부분이 시커맸다.
집에 들어와 목욕을 시키고 우유를 먹이니, 민성이 눈이 반쯤 풀려있었다. 아이는 그의 잠 친구를 껴안고 별 투정 없이 잠이 들었다. 고단 했겠지. 고단하지 않을 리가 없다. 참으로 훌륭한 부수 효과다.
네 발로도 저렇게 잘 노는데, 두 발로 걷게 되면 얼마나 더 좋아할까. 그가 날개를 달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도 뛰고, 나도 뛰겠지. 그래도 빨리 그 날이 오면 좋겠다. 반짝이는 아이의 눈을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