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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Sep 19. 2020

체급이 달라

휴직 142일째, 민성이 D+391

'먹는 건 질리지가 않아요. 항상 신이 난다고요!' / 2020.09.16. 부모님 집


민성이가 어린이집에서 또 방출됐다. 접종열 때문이다. 민성이는 그제(17일) 뇌수막염과 폐구균 예방 접종을 맞았다. 그날 저녁, 다음날 아침까지도 아이는 괜찮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열이 더 오른 것이다.


어제 오전 9시 반쯤,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이 시간에 걸려오는 전화는 보통 좋은 전화가 아니다. 특히 어린이집에서. "아버님, 민성이가 열이 나요." 청소기를 내려놓고 곧장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민성이는 밝았지만, 이마는 뜨뜻했다. 집에 와서 해열제를 먹이니, 다행히 열이 37도대로 떨어졌다. 병원에서 이번 주사는 열이 많이 안 오르는 편이라고 하기에, 내가 너무 안심했던 것 같다.


민성이는 첫 돌이었던 지난달 말부터 매주 예방 접종 주사를 두 대씩 맞았다. 그렇게 꼬박 4주를 채웠다. 수두와 홍역, 일본뇌염, 독감, 그리고 이번에 맞은 뇌수막염까지, 민성이는 쉴 새 없이 주사를 맞아야 했다.


접종열이 올랐다가 이틀, 사흘 뒤 떨어진 경험을 해봤기에(접종이 제일 쉬었어요?)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저 조그만 몸에서 항체와 바이러스의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나 보다, 하며 마냥 편히 여겼다. 


하지만 자기 전에 민성이를 씻기려고 옷을 벗기는데, 아이 허벅지에 붉은 멍울이 봉긋하게 솟아있었다. 민성이는 그제 왼쪽과 오른쪽 허벅지에 한 대씩 주사를 맞았다. 


멍울이 얼마나 큰 지, 아이 허벅지가 코끼리 발목만 했다. 열은 저번에도 났으니 걱정이 덜했는데, 코끼리 발목만 해진 아이 허벅지를 보니,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나도 꽤 걱정이 됐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접종을 맞으면 종종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틀, 사흘이면 보통 멍울도 가라앉는단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열이 문제였다. 자기 전에, 그리고 자고 일어나서도 열은 떨어지지 않았다.


민성이가 워낙 씩씩해, 어느새 나는 그가 이제 갓 돌이 지난 아이라는 걸 잊었나 보다. 36살의 나와는 체급이 다르다. 흔한 예방 접종이래도 아이에겐 버거울 수 있다. 항상 조심하자. 섬세히 살피자. 상대는 이제 두 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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