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43일째, 민성이 D+392
어제(19일) 저녁, 민성이 열이 40도가 넘었다. 체온계의 온도 표시등도, 아이 얼굴도 새빨갰다. 열이 40도를 넘은 건 어제가 처음이었다. 아내와 나는 지옥 같은 밤을 보냈다.
그날 아침 아이가 일어났을 땐, 열이 그렇게까지 높진 않았다. 38도가 조금 넘었다. 민성이는 사흘 전 예방 접종을 했고(체급이 달라), 그 때문에 접종열이 나는 듯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아침 일찍 소아과로 향했다.
의사 선생님은 다른 증상은 없어 보인다며, 역시나 접종열 같다고 했다. 해열제와 소염제를 처방받고, 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2주 전에 그랬던 것처럼, 약을 먹으면 좋아지겠지 생각했다.
실제로 아이는 병원을 다녀온 뒤부턴 괜찮아 보였다. 그렇게 처지지도, 보채지도 않았다. 열도 떨어졌다. 우리는 민성이를 데리고 외식도, 외출도 하며 여느 주말처럼 낮 시간을 보냈다.
이상 징후가 나타난 건 오후 6시쯤부터였다. 부모님 집에서 이른 저녁을 먹는데, 민성이가 너무 졸려했다. 하품만 서른 번은 했던 것 같다. 의자에 앉아있는 것도 버거워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민성이는 카시트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낮에 잘 놀았고 약도 잘 챙겨 먹었으니, 약기운에 그냥 조금 피곤했나 보다, 정도로만 생각했다. 집에 오자마자 아이는 곧바로 곯아떨어졌다.
하지만 1시간 정도 지나, 잠든 아이 옆을 지키던 아내가 안방으로 뛰어들어왔다. "오빠, 민성이 열이 계속 올라." 열은 순식간에 40도를 넘어섰고, 민성이는 울기 시작했다.
아이가 열이 나니, 그것도 40도까지 치솟으니, 가장 먼저 찾아온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이러다 아이가 잘못되면 어쩌지' 공포가 온몸을 감쌌고, '외출을 하지 말았어야 했나' 후회가 잇따랐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침착한 건 아내였다. 그녀는 민성이 옷을 기저귀까지 모두 벗긴 뒤, 미지근한 물에 수건을 적혀 몸 구석구석을 닦기 시작했다. 나도 이내 정신을 차리고 해열제를 챙겨 와 아이에게 먹였다.
민성이는 밤중에도 열이 내리고 오르기를 반복했다. 아내도 나도, 아이도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침에 민성이 이마에 손을 댔다. 여전히 뜨거웠다. 창 밖엔 짙은 안개가 끼어있었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