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52일째, 민성이 D+401
민성이는 이유식을 하루 세 번 먹는다. 아침은 아내가 출근하기 전 먹이고, 점심은 어린이집에서 먹는다. 내가 챙겨주는 건 마지막 세 번째, 저녁이다.
민성이는 요즘 저녁밥을 먹는 태도가 영 불량하다. 예전엔 아이가 밥을 너무 허겁지겁 먹나 싶을 정도로 먹을 때 집중을 잘했는데, 많이 산만해졌다. 손으로 밥을 집어던지는 일도 부쩍 늘었다.
민성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오후 3시, 나는 아이 밥을 오후 4시쯤 먹이곤 했다. 이른 저녁인 셈이다. 시간을 더 늦추려고 해도, 아이가 짜증 낼 때가 많아 그러지 못했다.
지난주 금요일이었나, 여느 때처럼 그 시간에 민성이 밥을 먹이는데, 아이의 저지레가 정점을 찍었다. 그날, 아이는 이유식으로 거의 머리를 감았다.
그 참혹한 광경을 마주하며 생각했다. 아, 뭔가 잘못됐다. 어린이집에서 점심은 12시 반쯤, 오후 간식은 2시쯤 먹인다고 했다. 그렇다면 오후 4시 저녁은 너무 이르다. 배가 고프지 않았던 걸까.
그래서 저녁 시간을 좀 늦춰보기로 했다. 어린이집을 다녀와서는 간단히 간식만 먹이고, 산책을 일찍 나갔다. 전에는 밥을 먹고 산책을 했었다. 어제(28일) 나는 민성이와 오후 4시 반쯤 집을 나섰다.
민성이의 걸음마는 일취월장했다. 아이는 어제도 아파트 놀이터를 종횡무진 돌아다녔다. 내 손을 놓고 스스로 걸어 다니기도 했다. 그러기를 1시간, 아이는 원 없이 놀고 집으로 돌아왔다.
산책을 다녀와서 아이는 예상대로 이유식을 잘 먹었다. 지난주에 비하면 양반 식사였다. 역시 시장이 반찬인가 보다. 휴직 다섯 달이 지나도, 나는 여전히 민성이을 배운다. 육아의 배움엔 끝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