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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Sep 28. 2020

13개월 정산; 걸음마와 돌발진

휴직 151일째, 민성이 D+400

민성이는 이제 밖에서도 제법 걷는다. 돌이 지나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 2020.09.26. 군산 진포해양테마공원


오늘(28일)로 민성이 생후 400일이다. 지난달 26일이 아이 돌이었으니, 만 13개월을 꼬박 채웠다. 육아의 시간은 가까이에선 더딘데, 멀리 보면 빠르다. 지난 한 달, 민성이는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자랐다. 돌이 지나고 성장에 가속도가 붙는 느낌이랄까.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아이가 신발을 신고 밖에서도 걷기 시작한 거다(민성이가 뒤뚱뒤뚱, 물 만난 아기). 내 손을 잡고 환히 웃는 아이의 모습에서 '나가요 병'을 보았다. 


민성이는 걸음마도, 숟가락질도 제법 하게 됐다. 하지만 할 줄 아는 것만 늘어난 게 아니었다. 떼도 늘었다(할 수 있는 것도, 떼쓰는 것도 느는 나이, 뫼비우스의 떼). 


떼를 쓰는 것도 밥심이 있어야 하는 건가 보다. 민성이는 조금씩 유아식을 먹기 시작했는데, 정말 잘 먹고, 많이 먹었다(민성인가, 먹성인가, Eating 1004). 가끔 보면 엄마보다 더 먹는 것 같다.


민성이 신생아 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적어 온, 진정 육아의 나침반이었던 육아일지를 이제 보내주기로 했고(육아일지를 떠나보내며), 아이 젖병도 정리했다. 민성이는 그렇게 조금씩 아이 티를 벗기 시작했다. 


아이가 돌이 지나면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민성이는 한 달 내내 예방 접종을 맞았다. 아이는 소아과에서도 해맑았고, 주사도 씩씩하게 맞아, 아빠를 뿌듯하게 했다(접종이 제일 쉬웠어요).


하지만 병치레를 거의 하지 않았던 민성이는 돌이 지나고 입원했다(환자복을 입은 아이(1), 환자복을 입은 아이(2)), 태어나서 처음 아이 열이 40도를 넘으면서 우리 부부는 지옥 같은 밤을 보냈다(지옥 같은 밤(1), 지옥 같은 밤(2)).


돌이 지나 접종을 너무 많이 맞아서, 처음엔 접종열인 줄만 알았다. 아이는 실제 몇 번은 접종열이 오르내리기도 했다(접종이 제일 쉬웠어요?). 하지만 민성이를 괴롭힌 건 돌발진이었다(긴 터널의 끝).


손에 수액 주사 바늘을 꽂을 때 통곡하는 아이를 끌어안으면서, 부모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아이가 아프지 않은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아이의 성장통은 나의 성장통이었다.


이제 생후 14개월, 이번 달은 아이가 아플 일 없이, 두 발로 열심히 돌아다니며 웃는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더 정신 차리고, 잘해야 한다. 휴직 6개월째, 이제 1년 5개월 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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