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45일째, 민성이 D+394
무엇이 내게 소중한가. 사람들은 대개 그것을 상실한 뒤에야 깨닫는다. 웃긴 일이다. 하지만 나도 마찬가지다. 민성이는 늘 밝게 웃고 활기찼다. 그래서 그 기쁨을 매일 누리면서도, 당연한 건 줄로만 알았다.
당연하지 않았다. 아이가 아프고 나서, 결국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이는 항상 웃고, 밝은 게 아니었다. 어제(21일) 민성이는 병원에서 종일 축 쳐져있었다. 웃을 힘도 없어 보였다. 차라리 보채는 게 나았다.
주말 내내 지옥 같은 밤을 보내고(지옥 같은 밤(1), 지옥 같은 밤(2)), 소아과 문이 열리자마자 내원했다. 집에서 나설 때만 해도 아이 열이 37도 대였다. 이제 좀 나아지려나 싶었다.
의사 선생님은 소변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접종한 지 사흘이 지났는데 계속 열이 안 떨어지는 건, 다른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기저귀 안에 비닐을 씌워놓고, 아이가 소변을 누기만을 기다렸다.
민성이를 안고 소아과 대기실에 있는데, 떨어진 줄 알았던 열이 또 오르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아이가 다시 열이 오르니 혈액 검사도 해보는 게 좋겠다며, 검사 결과를 바로 알 수 있는, 근처 더 큰 병원에 소견서를 써줬다.
그곳, 더 큰 병원에선 입원을 해서 필요한 검사도 받고, 수액을 맞으면서 아이 열을 떨어트리는 게 좋겠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입원이라, 민성이를 데리고 집에 가서 부랴부랴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 왔다.
결국 민성이는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다. 아이 옷을 갈아입히는데 온 몸에 크고 작은 발진이 붉게 피어올랐다. 그걸 '열꽃'이라 하던가. 난 그 단어가 싫다. 부모 마음은 찢어지는데, 불필요하게 예쁜 말이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수액을 맞기 위해 저 작은 손에 주사 바늘을 꽂을 때였다. 아이는 몸부림을 쳤다. 내가 더 잘했으면 민성이가 아플 필요도, 울 필요도 없었을 텐데. 아이 얼굴은 눈물, 콧물, 그리고 발진 범벅이었다.
민성이는 힘없이 내 품에 기대 울다 자다를 반복했다. 머리는 여전히 뜨거웠다. 병실 창 밖으로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보였다. 민성이도 저곳에 있을 수 있었다. 한 순간의 부주의가 결국 창 밖과 안을 갈랐다.
오후 늦게 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 결과가 나왔다. 아내와 나는 요로감염이나 가와사키병이 아닐까 의심했었다. 하지만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럼 도대체 왜 열이 떨어지지 않는 걸까(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