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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Sep 23. 2020

환자복을 입은 아이(2)

휴직 146일째, 민성이 D+395

민성이는 하루 종일 한쪽 손으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빨리 아이와 함께 집에 가고 싶다. / 2020.09.22. 군산 키움 아동병원


다섯 달 동안 아이를 보면서, 언제 가장 힘들었느냐고 물어보면, 글쎄, 선뜻 대답을 못하겠다. 분명 힘들었을 때도 많았는데, 콕 집어서 이 때, 라고 얘기할만한 게 떠오르지 않는다.


민성이를 데리고 병원에 있어보니,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 그동안 힘들다고 느꼈던 건, 실제로 힘든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민성이 입원 이틀째였던 어제(22일)는 내 육아휴직 역사상 가장 기록적인 날이었다.


아침 8시 반, 아내는 병원에서 곧바로 출근했다. 그녀는 병실 침대에서 민성이와 함께 자면서 밤새 그를 보살폈다. 당연히 아침은 먹지 못하고 나갔다. 아내 역시 피곤했을 것이다. 


그때부터 좁은 병실엔 민성이와 나, 둘 밖에 없었다. 아이는 열이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미열이 있었고, 간혹 38도를 넘어서기도 했다. 어제로, 민성이가 열이 난 지 닷새째다. 


그제 혈액과 소변 검사에서도 아무 이상이 없었고, 이후 추가로 실시한 호흡기 검사에서도 별다른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도, 우리도, 그래서 돌발진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아내 친구들도 하나같이 아이 돌발진을 겪었다고 했다. 다른 집 아이들도 민성이와 증상이 비슷했다. 각종 검사에선 별 이상이 없는데, 열이 닷새 정도 이어지고, 열꽃이 핀다. 그들도 모두 병원 신세를 졌다고 한다.


병원 신세를 지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다. 특히 수액을 맞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작디작은 손에서 혈관을 찾아 주사 바늘을 꽂는 것은 아이에게도, 그걸 지켜봐야 하는 부모에게도 엄청난 고통이었다.


겨우 바늘을 꽂았다고 해도 문제였다. 아이는 주사가 꽂힌, 붕대가 둘둘 감긴 손을 가만 놔두지 않았고, 그럴 때마다 간호사실에 가서 붕대를 풀고 감기를 반복해야 했다.


아이를 데리고 병실 밖에 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한 손에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엔 수액을 들든 수액 꽂이를 밀든 해야 했다. 그러기를 몇 차례, 결국 오후 들어 내 몸에도 이상 신호가 왔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아이는 울고, 나는 머리가 아팠고, 병원은 불친절하고, 아내는 없었다. 이러다 정말 일 나겠다 싶은 순간, 부모님이 병문안을 와서 허겁지겁 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하루가 끝났다. 아이를 돌보면서 가장 힘들었던 하루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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