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47일째, 민성이 D+396
민성이가 입원한지도 벌써 사흘째다. 첫날은 예상치 못한 입원에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갔다(환자복을 입은 아이(1)). 다음 날, 병원 생활은 결코 만만치 않았고, 하마터면 나도 몸져누울 뻔했다(환자복을 입은 아이(2)).
그래도 병원에서 이틀 밤을 보냈다고, 어제(23일)는 좀 나았다. 무엇보다 민성이가 열이 내린 게 컸다. 아이는 가끔 37도대 미열이 나긴 했지만, 대체로 정상 체온을 유지했다.
의사 선생님도 이 정도면 수액을 맞지 않아도 되겠다며, 하루만 더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듯했다. 온종일 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이 이마에 손을 얹었다.
점심쯤 드디어 단풍잎 손에서 수액 바늘을 뺐다. 수액이 있고 없고는 컸다. 수액으로부터 해방된 아이는 돌보기가 말도 안 되게 수월했다. 그렇게 민성이는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한결 자유로워진 민성이와 병원 놀이방에도 가고, 옥상에서 바람도 쐬면서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햇볕에 비친 아이 얼굴은 여전히 울긋불긋했다. 몸에 핀 열꽃은 전보다 옅어졌지만, 더욱 넓게 퍼져나갔다.
아이를 안고 다시 병실에 돌아오니, 엄마가 와있었다. 그제 민성이를 보다 정작 내가 쓰러질 뻔한 뒤로 느낀 게 있다. 혼자 다 짊어지려고 하지 말고, 최대한 도움을 받자. 내가 무너지면 모두가 더 힘들어진다.
확실히 도움을 받으니 좋았다. 잠시 민성이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병원 앞 카페에 갔다. 아이스커피를 사서, 다시 병원으로 걸어오며 천천히 홀짝였다. 20분이나 됐을까, 그 짧은 시간에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
병원 생활은 힘들었다. 다 스트레스였다. 아이가 아픈 것도, 그게 내 잘못이라고 자책하는 것도, 오롯이 나 혼자 아픈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것도, 하지만 난 아무렇지 않아야 한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버거웠다.
밤새 민성이는 열 없이 잘 잤다. 아이는 곧 퇴원을 하고, 어린이집에도 다시 갈 것이다. 민성이의, 그리고 나의 돌발진이 끝나간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둘 다 더 단단해졌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다시는 아프지 않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