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성이 아빠 Sep 26. 2020

민성이가 뒤뚱뒤뚱

휴직 149일째, 민성이 D+398

'흠. 이 맛은? 잠깐만요.' 볼록한 이마에서 조그만 입술까지, 아이의 옆모습이 사랑스럽다. 약간 대두인 건 안 비밀. / 2020.09.24. 우리 집


민성이가 뒤뚱거리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집 밖에서도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어제(25일)는 처음으로 아이와 놀이터에서 손을 잡고 걸었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집에서는 걸음마를 한 지 꽤 됐다. 보조도구(?)를 활용해 한 걸음씩 떼기 시작한 건 아이 생후 10개월쯤이었고(민성이의 남다른 첫걸음), 한 달 전부턴 종종 서너 걸음씩 걷기도 했다(아버지, 저 이제 직립할게요). 


하지만 문제는 밖에서였다. 민성이는 야외에선 집에서처럼 걸으려 하질 않았다. 아이 팔을 잡고 일으키려 하면 다리에 힘을 풀고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때마다 나는 아이를 들어 올려 다시 안아줘야 했다.


처음엔 신발 때문인가 싶었다. 맨발로 있을 때와는 달리 제 발을 감싸는 신발이 민성이에겐 어색했을 것이다. 실제로 아이가 신발을 신기 시작한 초반, 그는 신발을 먹느라(?) 바빴다.


조급해하진 않았다. 아이가 스스로 걷기 시작하면, 번번이 아이를 안아줘야 하는 지금보다 편할 것 같단 생각은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걷겠지 했다. 아이들마다 속도의 차이가 있는 거니까.


그러다 지난 주말, 민성이는 신발을 신고 밖에서 걸었다. 처음이었다. 부모님과 유원지 야외 식당으로 외식하러 갔을 때였다. 아이는 한 번은 할아버지의 손을, 한 번은 아내와 내 손을 동시에 잡고 부지런히 뒤뚱거렸다.


하지만 이후, 민성이는 또 잘 걷지 않았다. 매일 신발을 신겨 산책을 나가면서도, 아이는 내 품에 안겨있을 때가 더 많았다. 하지만 어제는 달랐다. 돌연 다리에 힘을 줬다. 놀이터의 형 누나들이 자극이 됐을까.


아이 손을 잡고 걷는 기분은 묘했다. 손 안에서 꼬물거리던 아이가 벌써 이렇게 자라, 나와 나란히 걷고 있구나. 기특하고, 뿌듯했다. 그는 곧 내가 손을 잡아주지 않아도 잘 걸을 것이다. 그렇게 아이는 할 줄 아는 게 늘어난다. 내 도움이 없이도. ###

매거진의 이전글 누가 알아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