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50일째, 민성이 D+399
요즘 민성이를 데리고 나가면 걸음마를 보는 재미가 있다. 외출할 때마다 품에 안고 다녀야 했던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을 수 있어 편하기도 하다. 물론 아직은 한 손을 잡아줘야 하지만.
민성이 입원으로 정신없는 한 주를 보내고(환자복을 입은 아이(1), 환자복을 입은 아이(2)), 다시 주말이다. 지난 주말과 달리 아이도 건강하다. 감사한 일이다. 당연히 누리던 이 일상을, 병원에선 얼마나 그리워했었나.
아이 점심을 먹이고, 부모님과 외출에 나섰다. 양말에 신발을 신기고, 거기에 모자까지 씌워놓으니 영락없는 어린이였다. 집에선 매일 이유식 범벅인 내복만 입다 말끔한 외출복을 차려입으니, 내 아들이지만 꽤 근사했다.
코로나에 웬만한 곳은 휴관이어서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다, 탁 트인 야외 공원으로 정했다. 우리는 군산 내항에 자리한 진포해양테마공원으로 향했다. 군산의 옛 지명이 진포란다.
이제 조금씩 걸을 수 있게 된 아이는 그곳에서 정녕 물 만난 고기였다. 그는 아빠가 지치면 엄마 손을, 엄마가 지치면 아빠 손을 잡아끌고 동서남북, 사방팔방으로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그런 민성이를 지켜보는 우리도 즐거웠지만, 무엇보다 아이가 좋아했다. 네 발로 기어 다닐 때의 세상과 두 발로 걸어 다닐 때의 세상은 많이 다른가 보다.
민성이는 특히 계단을 오르내리는 걸 재미있어했다. 평지에서도 뒤뚱거리면서, 계단이 왜 그렇게 좋은 걸까. 아내가 말했다. 이 시기 아이들이 많이 걸리는 게 '나가요 병'과 '계단 병'이라고. 정말 그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물 만난 아기의 목덜미와 등이 축축했다. 도대체 얼마나 신나게 논 것인가. 나는 민성이을 보는 게 일, 민성이는 노는 게 일이다. 아이는 제 일에 충실했다. 잘하고 있어, 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