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53일째, 민성이 D+402
민성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지 한 달하고 보름이 조금 넘었다. 육아는 어린이집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더니, 정말 그랬다. 어린이집이 아니었다면, 나도 우울증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를 볼 때 힘든 게 많지만, 그중 나에게 제일은 아이랑 한시도 떨어질 수 없다는 점이었다. 밤낮, 오전 오후, 그리고 오늘과 내일 계속 아이 옆에만 붙어있어야 한다는 건, 아무리 사랑스러운 아이라 해도 힘든 일이었다.
민성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전엔 가슴속에 항상 응어리가 맺혀있었다. 무력감과 분노, 짜증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로 덕지덕지 쌓인 그 응어리는 점점 단단해지고 커졌다. 그때 느꼈다. 우울증이 이러다 오는 거구나.
그땐 아내가 퇴근해도 기쁘지 않았다. 우리 부부의 상황에 맞게 난 애를 보고 아내는 일을 하고 온 건데, 그녀가 그렇게 늦게 퇴근한 것도 아닌데, 아내만 오면 그녀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느라 바빴다.
예전처럼 저녁에 아내와 편히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것도, 민성이가 어린이집을 가고나서부터였다. 내 시간이 생기니 그제야 마음의 여유가 찾아왔다. 아내에게도, 아이에게도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돌도 안 된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엄마도, 회사 동기들도, 아내도 우려했다. 하지만 주양육자인 난 밀어붙였고, 후회하지 않는다.
어린이집의 소중함은 아이가 입원하고 또다시 깨달았다. 민성이랑 며칠을 온종일 병실에 있다 보니,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기 전 느꼈던 그 감정들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왔다. '아, 맞아. 이거였지.'
어린이집 선생님은 민성이를 '스마일 보이'라고 부른다. 그는 어린이집에서도 연신 코를 찡긋거리며 애교를 부린다. 아이가 적응을 잘 못했더라면 내가 아무리 어린이집을 보내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어제(29일) 민성이는 어린이집 현관에서 처음으로 울었다. 원래 선생님 품에 안기면 아빠는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아이가 그동안 울지 않았던 건, 뭘 잘 모를 때(?) 일찍 어린이집을 보내서 그런 것 같다. 그렇다면 성공이다.
돌 전후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맞느냐, 그게 아이의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난 전문가가 아니니 모르겠다. 하지만 어린이집이 없었으면 나약한 난 진작에 무너졌을 거라는 것, 그거 하나만은 확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