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54일째, 민성이 D+403
민성이 생애 두 번째 추석이다. 지난해 그의 첫 번째 추석 때 우리 셋은 조리원에 있었다. 그때 민성이는 한 손에 들어올 정도로 작은 핏덩이였다. 당연히 명절인지도 모르게 명절이 지나갔다.
올해 초, 설에는 부모님이 서울로 올라오셨다. 민성이 생후 5개월쯤이었나 그랬다. 그때 아이는 막 뒤집기 시작했다. 명절 주인공이 되기엔, 그는 아직 너무 어렸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나는 육아휴직을 쓰고 아내와 바통터치를 했고, 그녀의 지역 발령지인 군산에 내려왔다. 민성이는 걸어 다니기 시작했고, 어린이집도 다닌다. 명절과 명절 사이, 아이는 부쩍 자랐다.
어제(30일) 점심, 우리는 민성이를 데리고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향했다. 엄마의 주방엔 이미 명절 음식이 잔뜩이었다. 엄마는 새벽에 일어나 그 음식을 혼자 다 하셨다고 했다.
곧이어 서울에 사는 내 동생, 민성이 삼촌이 도착했다. 아내와 나는 민성이를 가족에 잠시 맡겨놓고 미용실에 다녀왔다. 아내는 3년 만에 파마를 하는 거라고 했다. 우리 둘 다 훨씬 말쑥해진 모습으로 집에 돌아왔다.
민성이는 자고 있었고, 집엔 부침개 냄새가 가득했다. 역시 명절엔 전이다. 갓 부쳐낸 전을 집어 먹으며 명절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는데 민성이가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다시 맹활약했다.
아이가 없는 어른들의 명절은 비슷하다. 먹고 마시는 게 주다. 낮에는 텔레비전을 보며, 밤이 되면 술을 마시며 수다를 늘어놓는다. 우리 집도 그랬다. 그게 싫다는 건 아니지만, 매 명절 다를 게 없었다.
민성이는 그 비슷한 풍경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다. 일단 아이가 텔레비전이 된다. 어른들의 중심에 아이가 있고, 어른들의 눈은 모두 아이를 쫓는다. 대화도 대부분 민성이 얘기로 채워진다. 여러모로 아이가 주인공이다.
아이가 있는 명절과 없는 명절은 많이 달랐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야 모두 즐겁지만, 둘 다 겪어보니 후자가 뭐랄까, 조금 더 생동감이 있었다. 이제 막 연휴가 시작됐다. 아이와 만들어갈 추억에, 벌써 마음이 설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