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55일째, 민성이 D+404
아버지는 7남 1녀 중 여섯째다. 그래서 명절 때 시골집에 가면 형, 누나들이 많았다. 1년에 두 번, 난 명절 때 시골집에 가는 게 참 좋았다.
밤이면 작은 방에 모여 앉아 형 누나들과 부침개를 먹으며 수다를 늘어놓곤 했다. 시골집은 넓지 않았다. 인간 테트리스처럼 서로 포개져 잠을 자야 했는데, 그때는 그조차 마냥 신이 나더랬다.
할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시골집의 가장 큰 어른은 할머니였다. 안방엔 할머니와 큰 아빠, 작은 아빠들이 있었고, 주방엔 큰 엄마 작은 엄마들이 있었다.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면 안방에서 먹었다.
그렇게 몇 년 비슷한 명절을 보내다, 내가 결혼하기 직전 해 겨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가 없는 시골집엔 친척들이 더 이상 모이지 않게 되었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내 아버지가 민성이의 할아버지가 되었듯이, 큰아빠들도 모두 할아버지가 되었다. 이젠 그들이 사는 집이 각자의 시골집이다. 한 곳에 모이기엔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
어제(1일) 민성이를 데리고 부모님과 할머니 성묘를 다녀왔다. 묘 앞에서 큰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 고모를 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한 자리에서 여러 친척을 뵙기는 오랜만이다.
할머니가 우리 곁을 떠난 지 4년이 지나고 민성이가 태어났다. 그녀는 아내도, 민성이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내 아이가 생기니, 할머니에게도, 친척 어른들에게도 민성이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정확히는 자랑하고 싶었다. 내 아이가 이토록 사랑스럽답니다, 하고. 하지만 어른들의 반응은 내 예상보단 뜨뜻미지근했다. 내 머릿속에서 그들은 환호성을 질렀어야 하는데. 역시 내 새끼는 나한테만 예쁜가 보다.
이제 14개월인 민성이가 내 할머니, 그의 증조할머니를 본 건 어제가 처음이었다. 할머니가 살아계셨더라면, 민성이를 참 예뻐해 주셨을 텐데. 할머니, 제 아들 예쁘게 잘 컸죠? 앞으로도 잘 지켜봐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