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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Oct 04. 2020

아내의 허기

휴직 157일째, 민성이 D+406

'손님, 우선 테이블부터 정리해드릴게요.' / 2020.10.01. 군산 당골 한옥 카페


긴 연휴가 끝나간다. 이번 명절, 서울에서 내려온 민성이 삼촌, 이모,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번갈아가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에 가족들과 술 한잔하며 수다를 늘어놓고, 성묘를 하고, 예쁜 카페에 놀러 갔다.


어제(4일) 부모님 집에서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말했다. '연휴가 벌써 끝나가네. 아쉬워서 어떻게 해.' 그녀는 예상 밖의 답변을 했다. '그러게. 민성이랑 충분히 못 놀아줬는데.'


예상을 못한 건, 그건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연휴에 아내는 민성이와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물리적으로 더 놀아주는 게 불가능했다. 아쉬워서 어떻게 하느냐고 물은 건, 연휴에 제대로 못 쉬어 어쩌냐는 의미였다. 


실제로 아내는 쉬지 않았다. 연휴에 그녀의 휴식을 굳이 꼽자면, 나와 미용실에 가서 오랜만에 파마를 한 것과 저녁에 민성이를 재우고 안방에서 같이 영화를 본 정도?


그 외의 시간엔 아내는 항상 민성이와 함께였다. 그녀는 아이와 기어서 술래잡기를 하거나 책을 읽어주었다. 민성이가 울거나 보채면 안아서 달래주었고, 매 끼니때마다 밥을 먹였으며, 씻기고, 옷을 갈아입혔다. 


그렇게 나흘을 보냈는데, 그녀는 민성이를 실컷, 또 흠뻑 보지 못했다며, 연휴가 끝나가는 걸 아쉬워했다. 내가 보기엔, 밥을 먹고 있으면서도 배고프다고 하는 것과 같았다. 


내가 휴직을 한 지, 그래서 아내가 복직을 한 지 다섯 달이 지났다. 복직 이후, 그녀는 계속 허기를 느끼는 듯했다. 아내는 민성이를 보면서도 보고 싶어 했다. 아이를 얼마나 봐야, 그 허기가 다 채워지는 걸까.


매일 아이를 보는 나는 배고프지 않다. 그럼 내가 일할 땐 아내처럼 허기를 느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남자와 여자의, 워킹 대디와 워킹 맘의 차이일까, 그냥 나와 아내의 차이일까. 


내가 민성이를 보며 느끼는 감정보단, 아내의 그것이 더 복잡할 것 같긴 하다. 민성이는 아내가 열 달 동안 뱃속에 품고 있었던 그녀의 일부니까. 하루면 연휴도 끝이다. 아내는 오늘도 아이의 볼에 얼굴을 비비며 허기를 채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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