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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Oct 12. 2020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다

휴직 165일째, 민성이 D+414

'할머니, 이번 연휴에 저 때문에 고생하셨으니까, 이거 드릴게요.' / 2020.10.11. 군산 당골 한옥 카페


지금 민성이와 시간을 제일 많이 보내는 사람은 당연히 나다. 평일과 주말, 아침과 저녁, 난 늘 아이 곁에 있다. 지난 5월, 내가 육아휴직을 한 이후 이틀 이상 아이와 떨어진 적이 없다.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고들 한다. 매일 아이를 봐왔지만, 그 말이 그렇게 와 닿진 않았다. 지나고 보니까, 정신없이 아이를 키우다 정신을 차려보니까, 많이 자라 있었다.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자란 건 아니었다.


민성이가 고개를 가누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아이를 안을 땐 항상 목을 손으로 받쳐줘야 했다. 그때 민성이는 깨지기 쉬운 유리알 같았다. 아이가 목만 가눌 수 있어도 훨씬 편할 텐데 싶었다.


그러다 어느새 아이가 고개를 가누기 시작했다. 어느새 앉기 시작했고, 트림을 해주지 않아도 됐다. 젖병을 끊는 것도, 통잠을 잔 것도 하루아침에 그렇게 된 건 아니었다. 모두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요즘, 민성이를 보면 그 말,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는 말이 조금 와 닿는다. 특히 이번 연휴에, 아내와 나 둘 다 그렇게 느꼈다. 어제의 민성이는, 그제와 달랐다.


일단 걷는 게 다르다. 하루가 지날수록 더 빨리, 더 안정적으로 걷는다. 어제(11일)는 놀이터에서 몇 번 내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이제 자기 혼자서도 걸을 수 있다는 건지. 하지만 뿌리쳐도 될 만큼 잘 걷기는 했다. 


집 안에서도 웬만하면 기어 다니지 않고 걸어 다녔다. 앉았다 일어나는 것도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기동력이 상승한 아이는 이제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순식간에 옮겨가, 더 많이 저지레를 할 수 있게 됐다.


말도 늘었다.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엄마와 맘마인데, 이번 연휴에 입에 달고 살았다. 뭔가를 물어보면 '응'이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물론 뭘 묻든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다. 그래도 질문이 있고 답이 있다. 


자기 의사를 점점 명확히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떼가 더 늘기도 했다. 피곤할 때도 있지만,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기쁨이 더 크다. 아이의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다. 그걸 곁에서 지켜볼 수 있어서 좋다. 정말 다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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